심평원, 재발방지 노력·책임 여부도 검토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신규직원 채용 필기시험과 관련해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전례없는 재시험이 치러지게 됐다. 심평원은 혼란을 일으킨데 대해 사과했지만 허술한 채용 관리를 놓고 비난을 피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취업준비생의 반발과 이후 채용에서 최종 탈락한 수험생들의 문제제기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24일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치러진 채용시험에서 OMR 카드를 잘못 배포해 재시험을 치르게 된데 대해 발생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로 했다.
앞서 심평원 채용시험을 보는 일부 고사장에서 시험문제가 80문항임에도 50문항만 표기할 수 있는 OMR 카드가 배포됐다. 이에 1교시 도중 해당 OMR 카드를 회수하고 임시답안지를 배포했다. 이후 감독관은 2교시 시험이 종료된 뒤 임시답안지를 되돌려주고 문항갯수가 맞는 OMR 카드에 답안을 옮겨적으라고 했으나 이미 수험생들은 1교시와 2교시 사이 쉬는 시간에 답안을 공유한 뒤였다.
이번 채용 과정 혼선은 사실상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던 위탁업체에 시험을 맡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필기시험을 다시 본 전례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탁업체에 시험을 맡긴 것이 독이 된 것이다.
심평원이 공개채용 시험을 위탁업체에 맡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공기관을 비롯 사회 전반에 채용비리가 문제시 되자 시험 감독에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이 반영된 선택이었다.
심평원 관계자는 "채용비리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상황에서 우리가 직접 관여하면 채용 과정에 의심을 살 수 있다"며 "그래서 선택한 것이 업체에 관리 감독을 위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공정성 시비를 사전에 없애려다가 아이러니하게도 공정성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위탁업체의 실수로 이번 사태가 발생했지만 심평원의 책임도 크다. 위탁업체를 검증하는데 소홀했다는 지적과 함께, 시험지 등을 제대로 검수하지 않은 문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심평원의 허술한 관리로 재시험 대상자인 1135명은 또다시 시간과 노력을 쏟게됐다. 첫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받은 수험생들이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심평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다음달 25일에 치러질 재시험을 준비하는데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심평원은 수험생들의 혼란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재시험의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등 세부사항을 서둘러 확정해서 공지할 방침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이같은 일이 발생한 적은 처음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재시험 등 당장 처리해야할 대책이 정리되면 책임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