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체류 외국인, 수년간 병원에서 '마약' 처방받은 수법

입력 2019.04.24 12:03수정 2019.04.24 14:42
우리에게 마약은 옥수수와 떡볶이뿐이야
국내체류 외국인, 수년간 병원에서 '마약' 처방받은 수법
(서울 노원경찰서 제공) © 뉴스1
국내체류 외국인, 수년간 병원에서 '마약' 처방받은 수법
A씨가 마우스에 숨겨 밀수출을 시도한 마약(서울 노원경찰서 제공) © 뉴스1
6년간 택배로 32개국에 밀수출
외국인이라 처방기록 남지 않아…美국토안보부에 덜미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수년 동안 거짓 통증을 호소하며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고 이를 투약·밀수출해온 외국인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미국국적 남성 A씨(39)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해 17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그의 부인 B씨도 자신의 이름으로 약을 처방받게 하는 등 A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시내 병원들을 전전하며 펜타닐 패치와 옥시코돈 등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고 이를 32개 국가에 밀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841회에 걸쳐 12억원어치를 판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는 과거에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는데 통증이 심해 약을 투여해야 한다고 병원 관계자들을 속여 약품을 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거 당시 A씨는 마약 의존도가 심한 중독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마약을 밀수출할 때 컴퓨터 마우스 안쪽이나 서류·책 사이에 처방받은 약품을 숨겨 택배로 보내는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인터넷 등을 통해 마약을 부쳐준다고 광고를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5년 넘게 이어지던 A씨의 범행은 미국 국토안보부(DHS)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국토안보부 서울지부로부터 첩보를 입수한 국정원·서울본부세관·경찰은 함께 수사를 벌여 A씨의 신원을 특정하고 경기 성남시에서 그를 검거했다.

A씨는 범행을 전반적으로 인정하면서, 영어강사 일자리를 잃고 난 뒤 돈을 벌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미국에서도 마약류를 투약한 전력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미국 사람이다 보니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다는 사실이 기록되지 않는 등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내국인은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으면 타 병원에서도 이 사실을 알 수 있는데 A씨의 경우는 다른 병원에서 처방 내역을 알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A씨가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병원 5곳을 확인하고 이를 식약처에 통보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은 대부분 대형병원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등 작은 병원이었다"며 "정부기관에서 병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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