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에서 해임될 정도.. 교수가 제자에게 가한 폭력

입력 2019.04.23 07:31수정 2019.04.23 08:26
요즘 군대에서도 이렇게 '부조리' 하면 큰일 납니다
국립대에서 해임될 정도.. 교수가 제자에게 가한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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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에서 해임될 정도.. 교수가 제자에게 가한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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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낮술까지 부적절한 처신 해임…행정소송 제기
피해 학생들 "법원 조정 권고에 복직 가능성 열렸다"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강압적인 낮술과 원산폭격 등 제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해 해임된 한 국립대학교 교수의 복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피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해당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해임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낸데 이어 법원이 조정을 권고하면서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23일 피해 학생들과 법원 등에 따르면 충북의 한 국립대 교수였던 A씨가 지난해 12월 이 대학 총장을 상대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3월21일 자신이 지도하는 제자들과 대낮에 반강제적 술자리를 하면서 얼차려를 주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었다.

당시 A씨는 제자 4명과 학교 인근 중식당에서 점심을 겸한 술자리를 했고, 그렇게 시작된 자리는 장소를 옮겨가며 8시간이나 이어졌다.

마신 술만 따져도 맥주 50여병에 달했고 학생들은 다른 수업 결석 피해는 물론 '원산폭격'으로 불리는 얼차려 등의 가혹행위를 당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학생들이 결석한 수업을 담당했던 교수들이 결석 이유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진상조사에 나선 학교 측은 A씨를 직위해제하고 지난해 5월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품위손상과 학생인권 침해 등의 책임을 물어 그를 해임했다.

하지만 A씨가 이런 징계 처분에 불복해 지난해 12월 대학 총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두 차례 변론기일까지 끝난 재판은 법원이 조정을 권고한 상태로 학교 측은 징계 조정을 전제로 자체 검토안을 마련해 검찰 지휘를 기다리고 있다.

행정소송에 있어 조정 권고는 법원이 소송 진행 중이라도 처분청에 구체적 사안을 고려해 처분이나 재량권 행사의 적법성에 관해 재심사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법적인 근거는 없으나 신속하고 적정한 국민의 권익구제나 불필요한 절차와 사회적 비용의 감축이라는 효용을 위해 실무상 확립된 제도다.

국가소송을 지휘하는 검찰은 이 같은 법원의 조정 권고에 대해 전문적인 법률지식 등 처분청에 후견적 관리와 지휘를 하게 된다.

A씨 사건도 검찰이 법원의 조정 권고를 수용할지를 판단해 해당 대학에 지휘를 내리게 되고 그 결정에 따라 징계 처분 내용이 바뀔 수 있다.

아직 조정 내용이 어떻게 가닥이 잡힐지 자세히 알려지진 않았으나 징계 처분 수위를 정직으로 낮추는 쪽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조정 권고를 불수용하는 것으로 지휘를 내리면 판결까지 가야하지만, 반대라면 A씨는 복직의 길이 열리고 그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제자와 스승으로 다시 한 공간에서 수업을 받고 가르치게 되는 여지가 생겼다며 피해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한 피해 학생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인 학생들이 아직 학교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가해자 복직이 추진되는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는 단순히 검찰의 지휘를 받겠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한 학교 측의 소극적인 대응은 가해자가 복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피해 학생은 "졸업까지 2년의 시간을 학교에서 더 보내야 한다"며 "부디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공간에 있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조정 권고가 받아들여질지는 내달 2일 있을 세 번째 변론기일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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