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른 만취 수사관 "와보면 안다"더니 경찰 출동하자..

입력 2019.04.22 14:59수정 2019.04.22 15:08
재판에서 수사관은 "나는 무죄" 주장하기도
경찰 부른 만취 수사관 "와보면 안다"더니 경찰 출동하자..
© News1 DB
법원 "경찰직무 충분히 이해할 지위…상응한 처벌 필요"

술에 취해 자신의 112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행패를 부린 술버릇 고약한(?) 검찰 수사관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 고승일 부장판사는 22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청주지검 소속 수사관 A씨(44)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24일 오전 4시쯤 청주시 청원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들을 밀치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술을 마시고 귀가한 A씨는 안방 문이 잠기고 집안 옷가지가 흐트러진 것을 보고 112에 전화해 '우리 집으로 와 달라'고 요청한 뒤 이유를 묻자 '와 보면 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A씨는 지구대 경찰관들이 출동하자 이런 신고 내용을 기억조차 못하며 신고 내용과 상황을 확인하려는 경찰관의 목덜미를 잡아 밀치는 등 행패를 부렸다.

고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검찰 수사관으로서 누구보다 범죄 예방이나 진압에 관한 경찰공무원의 직무를 충분히 이해하고 협조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112에 신고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해 경찰공무원의 직무집행을 폭행으로 방해한 행위는 상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이 자신의 공권력에 대한 경시 태도에서 비롯된 결과임에도 경찰공무원의 직무집행 방식을 문제 삼는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경찰관들이 신분을 밝히지 않는 등 적법한 공무집행을 하지 않아 그에 대항하는 과정에 생긴 일이라는 A씨의 무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 부장판사는 "경찰관들이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고 피고인의 동의를 얻어 집안을 확인하려 한 점 등에 비춰보면 112신고에 따른 범죄 예방과 진압에 관한 행위로 적법하고 그 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위법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관들이 정복을 착용하고 피고인이 명찰을 통해 성명을 확인하기도 했다"며 "폭행 행위가 경찰관들이 자신의 소속 등에 관해 설명할 충분한 여유를 갖기 전에 발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살피면 공무집행방해죄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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