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기'에 몸세탁까지.. 마약사범들의 기상천외한 단속 회피수법

입력 2019.04.20 09:00수정 2019.04.22 10:27
박유천의 잦은 머리염색은 이유가 있었다
'던지기'에 몸세탁까지.. 마약사범들의 기상천외한 단속 회피수법
필로폰 일회용 주사기.© News1 DB
특정장소에 마약 두고 찾아가기·수액 맞아 마약성분 지우기
무통장 입금·비대면 방식으로 계좌추적 피해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최근 재벌가와 연예계 인사들이 마약투약 혐의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마약을 공급받는 방식과 투약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이용되는 수법 등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남양유업 외손녀인 황하나씨(31) 등 재벌 3세부터 가수 겸 배우인 박유천씨(32), 방송인 하일씨(로버트 할리·60) 등 연예계 인사들이 잇따라 대마와 마약 투약 혐의에 연루되면서 '마약 청정국'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마약을 공급받고 적발에 대비해 이를 회피하는 수단 또한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와 사이버수사대는 이들이 계좌추적을 피하기 위해 무통장 입금방식을 통해 비대면 구매(던지기 수법)로 마약을 확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보통 마약 판매자가 제 3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매수자에게 알려주면 매수자는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전혀 다른 사람의 이름을 이용해 마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경찰의 계좌 추적을 따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박유천씨의 경우 마약 공급자와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접촉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텔레그램은 대화를 주고받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보안성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경찰의 추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이번 사건에서 이들은 공통적으로 대면이 아닌 비대면 방식인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던지기 수법이란 마약 판매자가 사전에 약속한 특정 장소에 물건을 두고 매수자가 물건을 찾아가는 방식을 말한다.

마약 투약 사실을 숨기기 위한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경찰이 마약사범을 검거하면 이들의 모발, 소변, 체모 등을 수집해 간이검사 절차를 진행하는데 통상 10~14일 정도 기간이 지나면 마약을 투약 했더라도 음성반응이 나올 수 있다.

때문에 경찰은 정밀감정을 위해 마약사범들의 모발, 소변, 체모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한다.

국과수 관계자는 "마약성분을 검출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통상 소변이 5일, 모발이 10일 걸린다"고 설명했다.

모발과 체모는 특히 짧을수록 마약 성분검출이 음성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마약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 대부분이 머리를 짧게 깎거나 전신제모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또 잦은 머리 염색과 탈색 또한 마약 성분의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6일 경찰이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박유천씨를 대상으로 자택, 신체,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는데 마약반응 검사를 위한 체모 채취 과정에서 박씨의 체모 대부분이 제모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올 2월 소속사가 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 속에서도 박씨가 머리를 연한 황토색으로 염색을 했거나 지난달 김포국제공항에서는 붉게 염색을 한 상태로 나타나는 등 최근 염색을 자주한 정황도 포착됐다.

현재 불구속 수사 중인 하씨도 지난 2017년~2018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두 차례 소환됐지만 머리를 짧게 깎고 체모 제모를 하고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경찰은 대부분 마약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제모를 했다는 것은 증거인멸의 소지가 높다고 보고 있다.

국과수에 따르면 필로폰 일회용 주사기로 0.03g을 체내에 주입하면 오랜 기간 몸속에 남아 약물의 상당비율이 변화하지 않고 잔류된다.


이에 마약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은 체내 마약성분을 단기간에 없애기 위한 또하나의 방법으로 '몸세탁'을 하는 경우도 있다.

황하나씨의 경우 지난 4일 분당서울대병원의 한 병동에서 긴급 체포됐는데, 당시 수액을 맞아 체내 마약 성분을 지우는 이른바 '몸세탁' 의혹이 제기됐었다.

경찰 관계자는 "필로폰을 복용할 경우 환각, 정신분열 등의 증상이 일어난다"며 "SNS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마약 거래가 활발해지는 추세인 만큼 철저하게 단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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