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나 때문에 또.. 수년째 고통받는 남양유업 대리점주

입력 2019.04.14 08:00수정 2019.04.14 15:56
"황씨 때문에 생업으로 하고 있는 대리점 일에 피해를 보고 있다"
황하나 때문에 또.. 수년째 고통받는 남양유업 대리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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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미지 악화로 애꿎은 대리점 피해 더 커져
수년째 여론 달래기 실패…"도덕성 회복 보여줘야"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남양유업의 기업 이미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6년 전, 이른바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사태 이후 지속돼온 불매운동은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스캔들'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남양유업은 황씨가 회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이번 사건 역시 회사와 무관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황씨가 수년 전의 마약 사건에 연루돼 무혐의로 풀려나는 과정에서 남양유업의 배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에 좀처럼 사태가 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13년 '갑질 사태'로 나빠진 기업 이미지와 우유업계 경쟁심화 등으로 남양유업의 매출은 지난해 1조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러다 '1조클럽'의 대열에서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황하나 사태로 직격탄 맞은 대리점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대리점이다. 지난 10일 서울의 한 대리점 사장 A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새로 주문한 분들에게 한 두번 납품했거나 혹은 들어가기 전부터 취소 건수가 나오고 있다"며 "힘들게 영업해서 신규 거래처를 개척해놨는데 '마약 먹는 사람의 우유를 먹냐'는 등 이미지 타격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상가에 많이 들어가는 대리점에서는 가게나 음식점에서 24시간 TV를 켜놓고 있다보니 계속 '남양유업 외손녀'라는 말을 듣는다"며 "주문해서 먹다가도 바로 '저런거 어떻게 먹냐'하고 취소 주문 건수가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방문판매나 배달 전문 대리점은 소비자들과 직통으로 연결된다. 슈퍼에서는 안 사먹으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주문해서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고객인데 우유를 바로 끊어달라고 하면 그 매출이 그대로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회사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황씨를 '남양유업'과 연결시키는 언론에도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씨는 잘못했으니 처벌받는게 맞다"면서 "회사와 전혀 상관도 없는 황씨 때문에 생업으로 하고 있는 대리점 일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회사 입장을 담은 기사나 광고를 내야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관심을 끌어 역효과가 날지 모른다는 본사의 우려가 크다보니 앉아서 손해만 보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2012년 타 업체에서 남양유업으로 대리점을 옮겼다는 A씨는 "2013년도에 (갑질) 파문이 일어나서 6년 동안 상당히 힘들게 지내왔다"며 "소비자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SNS에 퍼지는 왜곡된 정보로 피해를 보는 대리점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근본적인 해결책 '도덕성 회복'…큰 결단 필요할 때"

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나빠진 남양유업에 대한 기업 이미지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황씨 사태가 기업 이미지를 더 나쁘게 만드는데 일조한 것도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의 싸늘한 시선은 결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황씨 사태가 있기 전부터 온라인에서는 '남양 제품을 먹지 않는다'는 선언이 이어져왔고, 남양이 기업 로고를 일부러 작게 만들거나 노출하지 않는 제품을 발견해 공유하는 '숨은 남양 찾기'라는 놀이까지 나왔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남양유업은 로고를 바꾸거나 '일등 품질'을 강조하는 등의 소극적인 대응책이 전부였다.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면 돌파보다는 시간이 지나 여론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내부 단속도 안 되고 있다. 지난해 회계법인 출신인 이정인 대표를 새로 영입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그 역시 1년도 안 돼 사임했다. 여론을 담당하는 홍보팀 임원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계속 바뀌었다.

남양유업이 기업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황씨 사태가 터진 후 남양유업은 대리점주들과 만나 대화의 자리를 갖고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나빠질대로 나빠진 소비자의 민심을 달래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여론의 신뢰를 짧은 시간 안에 회복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남양유업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홍원식 회장이 직접 나서 여론과 소통하는 등 큰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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