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후배에게 음주운전 누명 씌운 선배

입력 2019.04.11 18:11수정 2019.04.11 22:15
휴가 나온 군인 후배, 옆자리에 탔다가 사망
죽은 후배에게 음주운전 누명 씌운 선배
© News1 DB
조씨 "사고 당시 기억 안나…평생 회개하는 마음"
피해자母 "2번이나 죽음 내몬 피고인에 엄벌을"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만취운전 교통사고로 동승자를 사망하게 한 뒤 누명을 씌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홍기찬 부장판사 심리로 1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모(26)씨에게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조씨는 중한 범죄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수사기관과 유족에게 거짓말로 일관하며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역 방면에서 교대역 방향으로 차를 몰던 중 중앙선을 넘어 택시와 정면충돌했다. 당시 조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0.109%였다.

이 사고로 옆좌석에 탔던 조씨의 고등학교 후배 이모씨(25)가 차 밖으로 튕겨 나가 땅에 머리를 부딪쳤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이씨는 전역을 2개월 앞두고 휴가를 나온 해군 병장이었다.

사고 이후 조씨는 이씨에 대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도망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수사에서는 사망한 이씨가 운전대를 잡았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가 추후 자신의 소행이라고 시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씨는 도주를 부인하지만, 사고 장소에서 떨어진 곳에서 운전자가 아닌 척 행세하며 구경한 것을 보면 현장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라며 "이씨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전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의 죄질 자체도 굉장히 무거운 데다 최근 음주운전, 특히 음주운전치사상을 강하게 엄벌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춰봐도 이 사건은 절대 가볍지 않다"며 징역 8년을 구형했다.

피해자 이씨의 어머니 또한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나와 조씨의 엄벌을 요청했다. 그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하지 않아야 할 부검까지 하면서 조씨는 2번이나 아들을 죽음으로 몰았다"며 "아들에 대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것은 물론 가해자로 지목한 조씨를 꼭 엄벌해달라"고 호소했다.


최후변론에 나선 조씨는 "이씨와 함께 안산에서 강남으로 출발한 것은 기억이 나지만 (사고 뒤) 깨어나기 전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이씨 부모는 저의 기억상실을 인정하지 않고 용서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또 "이번 일로 한 생명과 제 인생이 처참함에 빠졌다"며 "이씨 어머니는 아들만 생각하던 분인데 제가 그 아들을 허망하게 떠나보냈으니 평생 회개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조씨가 사고 직후 의식이 온전하지 못했던 점을 언급한 뒤 조씨가 사회 초년생이고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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