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뉴스1) 박채오 기자 = 헤어진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2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10일 부산고법 형사2부(신동헌 부장판사)는 살인, 상해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A씨(22)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B씨(23·여)와 만나 교제하던 중 B씨가 다른 남자와 만난다는 의심을 하게 돼 결국 헤어졌다.
그러던 중 같은 해 6월18일 새벽 SNS에 B씨가 다른 남자와 찍은 사진을 올린 것을 보고 격분,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날 오전 5시쯤 A씨는 부산 해운대구의 B씨 집을 찾아가 문이 열리기까지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기다렸다.
이어 오전 7시쯤 B씨의 아버지 C씨가 출근하기 위해 문 밖으로 나서자 집에서 미리 가져간 흉기로 C씨의 목과 팔 등을 찌르고 얼굴을 폭행했다.
또 온 몸으로 제지하는 C씨를 뿌리치고 집 안으로 들어가 B씨와 B씨의 모친, 남동생 등 3명을 무참히 폭행한 혐의이다.
C씨는 목 부위 자상에 의한 경동맥 손상 및 절단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끝내 숨졌다. 또 B씨와 B씨의 모친, 남동생 등은 치료일수 미상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지적장애가 있고, 범행 직전 술을 마셨기 때문에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계선 지능 및 지적장애 4급 진단을 받아 병역면제처분을 받았고 전체 지능이 낮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범행 경위와 정황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진술했고, 피고인이 작성한 게시글이나 반성문 내용, 헬스트레이너로 사회 생활을 해온 점을 고려하면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범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사전에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B씨의 집에 찾아간 점 등을 고려해 '계획적 살인'으로 판단,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미리 흉기를 소지하고 현장에 간 점은 계획적 살인으로 분류된다"면서도 "그렇지만 범행 당시와 이후의 A씨의 행동과 상태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적 원한이 있는 B씨가 아닌 C씨를 찌른 점, 집 안으로 들어갈 때는 흉기를 소지하지 않은 점, A씨가 단 한 차례의 자상으로 경동맥을 절단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흉기를 미리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치밀한 계획 아래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B씨가 자신과 사귀면서도 다른 남자와 만나고 있었다는 분노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지적장애 4급에 사회연령이 13세인 A씨의 상태가 분노조절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계획적 살인 범행과 별개로 우발적인 면도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