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축제의 밤은 참 아름다운데.. 실종된 시민의식

입력 2019.04.08 16:59수정 2019.04.08 17:16
행사장 곳곳 쓰레기로 몸살.. 환경미화원 "평소 2배 이상"

벚꽃 축제의 밤은 참 아름다운데.. 실종된 시민의식
▲여의도 벚꽃 나무 아래 쌓인 쓰레기들 /사진=윤아림 인턴기자

[편집자주] ‘시선을 끌다 이목을 끌다.’ 생각해볼 만한 사회 현상을 가져와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봅니다.

4월 꽃피는 봄이 오면 축제의 장이 열린다. 지난 5일 본격적인 벚꽃 개화 시기를 맞아 여의도를 비롯한 석촌 호수 등에서 벚꽃 축제가 시작됐다.

7일 찾은 ‘여의도 벚꽃축제’는 밤 10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로 붐볐다.

그러나 만개한 벚꽃만큼 지상에는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쓰레기들이 쌓여 이른바 ‘작은 쓰레기 산’을 이루는가 하면, 나무 아래에는 ‘쓰레기 그늘’이 만들어졌다.

벚꽃 축제의 밤은 참 아름다운데.. 실종된 시민의식
▲먹다 남은 음식을 비롯해 쓰레기들이 곳곳에 버려져 있다 /사진=윤아림 인턴기자

■ 다섯 발걸음 옮길 때마다 보이는 ‘쓰레기’...무단 투기의 현장

길 곳곳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부터 여의도 공원까지 약 700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며 쓰레기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벚꽃 나무 기둥마다 임시 쓰레기 포대가 비치되어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먹다 남은 음식이 든 박스, 꼬치, 치킨, 음료 등 축제를 즐기고 떠난 이들의 흔적이 길가에 가득했다. 잔디밭 출입을 금지해 놓은 줄에 비닐봉지를 매달아 쓰레기를 버리는가 하면 잔디밭에는 먹다 남은 소주와 음식들이 버려져 있기도 했다.

심지어 치킨과 맥주를 먹고 그 자리를 그대로 뜬 사람도 있었다. 횡단보도 화분 위에는 각종 플라스틱 컵들과 양념이 묻은 일회용 종이컵들이 쌓여 있었고, 나무 아래에는 꼬치를 바닥에 꽂아 세워 버린 모습도 목격됐다.

나무 밑, 잔디 위, 벤치, 거리 화분 등 잠시 사진을 찍거나 쉴 곳이 마련된 공간이라면 여지없이 쓰레기들이 나뒹굴었다.

벚꽃 축제의 밤은 참 아름다운데.. 실종된 시민의식
▲나무 아래 쌓인 ‘쓰레기 그늘’ /사진=윤아림 인턴기자

■ 시민 “쓰레기요? 그러고 보니 많네요”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는 이른바 ‘쓰레기 산’을 방불케 했다.

이날 여의도를 찾은 A(남)씨네 가족은 ‘쓰레기를 봤나’라는 말에 “벚꽃을 보고 사진을 찍는다고 몰랐는데 듣고 보니 많다”라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길거리가 깨끗했다면 사람들이 눈치를 보면서 ‘버려도 되나’하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어 못 버릴 텐데”라며 “지금은 쓰레기가 많다 보니 거리낌 없이 너도나도 버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B(남)씨 역시 “귀찮아서 치우지 않거나 잊어버린 거 아닐까”라며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김모(26·여)씨는 “사람들이 많아서 (강아지를) 안고 있지만, 쓰레기도 문제다”며 “강아지들이 잔디밭을 들어가는데 소주병, 먹다 남은 음식물들이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벚꽃 축제의 밤은 참 아름다운데.. 실종된 시민의식
▲축제 뒤, 각종 쓰레기로 산을 이루는 모습 /사진=윤아림 인턴기자

쓰레기를 분리하던 환경미화원 C(남)씨는 쓰레기양을 묻는 말에 “평소에 비해 2배 이상 나온다”며 “평소에는 이것의 절반도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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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re11@fnnews.com 윤아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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