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주한미군 장병들이 군복을 입었을 때도 미세먼지 예방 마스크를 쓸 수 있게 됐다.
2일 주한미군에 따르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군복을 입은 장병들도 선별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허용했다.
주한미군은 그간 군복을 입었을 때는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미 육군 규정을 적용해왔지만 악화되는 한국의 미세먼지 수준에 예외 케이스를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군 장병들은 AQI(대기질지수) 101 이상일 경우 군복을 입고도 N-95(미국 방진마스크)와 KF-94 마스크를 선택적으로 쓸 수 있다.
또한 주한미군은 장병들이 검은색 등 색깔이 있는 마스크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코와 입 주변을 모두 가릴 수 있는 마스크 착용도 허용했다.
주한미군의 이번 결정에는 주한미군 가족들의 민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 전문지 성조지(Stars and Stripes)는 지난달 7일(현지시간)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덮친 최악의 미세먼지에 주한미군 병사들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성조지는 '한국 질식시키는 공기오염에 마스크 착용 원하는 미군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공기는 눈을 자극하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수준"이라며 "주한미군과 군인 가족들에게 큰 걱정을 끼치고 있다"고 전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던 지난달 5일 군인 남편을 둔 알렉산드라 잭슨은 "남편이 마스크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남편도 근무를 하지 않을 땐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제복을 입었을 땐 규범에 어긋난다. 군인들도 대기오염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군은 2년 전 미세먼지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실내에서 훈련하거나 연기하도록 정책을 변경했나 제복을 입었을 때 마스크는 착용할 수 없었다.
군 당국은 육군 규정상 예외가 허용될 만큼 병사의 건강 상태가 나쁘지 않는 한, 코와 입을 가리는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 가족들이 최근 들어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 수준이 갈수록 나빠지자 복무 중인 가족의 건강을 고려해 규정을 변경해달라고 당부했고 주한미군측에서 결국 뜻을 관철했다.
한편 오산 공군기지 51전투비행단의 경우 2017년 6월 개정한 정책으로 마스크 착용에 육군보다 관대한 편이다. 공군은 오염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