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도 안닫히는 '안심부스', 비상벨 수차례 눌렀는데..

입력 2019.03.29 10:55수정 2019.04.02 13:47
피난처가 아니라 독안에 든 쥐가 될 판
문도 안닫히는 '안심부스', 비상벨 수차례 눌렀는데..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앞(2호선 강변역 방면) 안심부스 © 뉴스1 박혜연, 조현기 기자
문도 안닫히는 '안심부스', 비상벨 수차례 눌렀는데..
서울시는 뉴스1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시 전체 안심부스 위치를 공개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문도 안닫히는 '안심부스', 비상벨 수차례 눌렀는데..
서울 마포구 공덕역 근처 안심부스 내부 비상버튼과 안심부스 안에 버려진 쓰레기들 © 뉴스1 박혜연, 조현기 기자
뉴스1 확인결과 13곳 중 5곳 고장났는데도 '방치'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박혜연 기자 =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몸을 피신하라고 만든 서울시의 '안심부스'가 출입문이 안닫히거나 경찰과 연결되지 않는 곳이 많아 되레 '위험부스'로 전락하고 있다.

29일 <뉴스1>이 서울시 '안심부스'에 대한 운영실태를 직접 파악해본 결과, 안심부스 13곳 가운데 5곳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안심부스에 피신한 시민이 위급할 때 누르라고 설치된 비상벨을 눌러본 결과 서울지방경찰청이 연결되지 않는 곳도 허다했다.

'안심부스'는 KT링커스가 공중전화 부스에 현금인출기(ATM)와 안전대피 기능을 추가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안심부스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면 곧바로 강화 출입문이 닫히고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난다. 이 상황은 그대로 경찰에 실시간 전달되는 구조다. KT링커스는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지난 2015년 10월부터 서울에 13개의 안심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1000만명의 시민이 거주하는 서울시 전역에 안심부스가 달랑 13개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대상이지만 무엇보다 관리부실로 제대로 작동하는 안심부스가 절반에 불과했다. <뉴스1>이 직접 서울시 곳곳에 설치된 13곳의 안심부스를 확인해본 결과 5곳이 작동되지 않았다. 동네 쓰레기통이 돼버린 안심부스도 있었다.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앞에 설치된 안심부스와 중구 명동성당 앞에 설치된 안심부스는 비상벨을 수차례 눌러도 강화 출입문이 닫히지 않았다. 마포구 제일빌딩 앞에 있는 안심부스와 종로 현대빌딩, 중구 영화빌딩 앞 안심부스는 문이 닫혔다가 다시 열렸다. 피난처가 아니라 독안에 든 쥐가 될 판이다.

홍보 미진으로 '안심부스'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민들이 태반이었다. 직장인 김영호씨(44·남)는 "안심부스? 처음 들어봤다"고 했고, 유서진씨(28·여)도 "ATM인줄 알았다"고 했다. 유씨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안심부스는 오히려 범죄현장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안심부스를 관리해야 하는 서울시는 안심부스 위치도 제대로 파악 못했다. <뉴스1>이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한 안심부스 13곳의 주소 가운데 3곳의 주소가 틀려 있었다. 서울시는 서초구 뉴욕제과(강남역 11번 출구) 앞에 안심부스가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 가보니 안심부스는 길 건너편에 있었다. 심지어 중구 영화빌딩 앞에는 안심부스가 없는데 있다고 기재돼 있었다.

위급상황시 출동해야 할 경찰은 전혀 연결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KT링커스는 "긴급버튼을 누르면 일반전화처럼 112로 연결된다"는 안이한 답변만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시범운영할 때까지만 해도 경찰과 연결됐다"면서 "그러나 안심부스의 ATM 고장이 날때마다 신고가 들어와 지금은 직접 연결을 해놓지 않은 상태"라고 털어놨다.

안심부스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안심부스는 서울 전체 자치구 25개 중 7개구에만 설치됐다. 하지만 주거밀집 지역인 노원·도봉·서대문·송파·양천구 등은 1곳도 없다.

이에 서울시의회 의원들도 '안심부스'의 허술한 관리를 문제삼으며 존폐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김상훈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위원장과 성중기 서울시의원은 "4월 임시회 때 사업존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안심부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위기를 피하려다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도 "지금이라도 서울시, KT, 경찰 그리고 전문가들이 안심부스를 제대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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