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규빈 인턴기자 = # 첫 데이트를 앞둔 우모씨(24)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원래 땀이 많아 발냄새가 심할 뿐더러, 조금만 긴장해도 겨드랑이가 축축하게 젖어버리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끈적끈적한 손 때문에 애인이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던 우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다.
최근 이마와 생식기, 코끝 등에서 땀이 과다하게 나는 '다한증'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정밀한 기계를 만지거나 운전할 때 손이 미끄러지기도 하고, 땀 냄새로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긴 청년들이다.
28일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다한증은 전세계 인구의 약 4%에서 나타나는 질환"이라며 "우리나라와 일본은 다른 국가에 비해 발병률이 3~4배 높은데 이는 경쟁이 사회적·정서적 배경도 한몫한다"고 조언했다.
아포크린선에서 분비되는 땀은 체온을 낮추는 기능을 하지만 많이 분비되면 악취를 풍기고, 피부장벽을 파괴해 염증을 일으킨다. 다한증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부모가 다한증이 있을 경우 50% 확률로 생긴다. 대개는 성장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사춘기에 발병해 30대 중반이 넘으면 점점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다한증은 질환이지만 아직 표준화된 진단법이 없다. 땀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편하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지만 땀이 날 때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통증, 오심 등이 동반되는 사람은 반드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는 심장병, 당뇨병, 혈액암 등이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 때만 유독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결핵을, 평소 심장이 쿵쿵 뛰고 뛸 때 숨이 찬 사람은 '갑상선 항진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땀샘은 진피층과 지방층 사이에 분포하는데 이 부위에 레이저를 쏘아 땀샘 세포를 제거하면 땀이 덜 날 수 있다. 또한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보톡스를 맞으면 신경세포가 죽게 돼 증상이 나아지지만 1~3개월 간격으로 꾸준히 맞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염화 알루미늄 제제를 온몸에 바르면 땀샘이 작아질 수 있지만, 손을 씻거나 물건을 만지면 다시 발라야 하는 단점이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흉곽에 붙어있는 신경을 잘라, 더워도 땀이 안 나게 하는 것이다. 한 번 수술을 하게 되면 효과가 영구적이어서, 나이가 들어도 땀이 흐르지 않게 된다.
비만인 사람은 체중을 감량하고, 술과 담배를 피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아이스 아메리카노, 녹차처럼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는 당장은 시원하더라도,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해 체온을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