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도래지에 들어선 축사로 갈 곳 잃은 '철원 두루미'

입력 2019.03.22 17:59수정 2019.04.01 09:46
흰두루미 960여마리, 재두루미 6000여 마리 방문
철새 도래지에 들어선 축사로 갈 곳 잃은 '철원 두루미'
철원 아침기온이 영하 23도 까지 내려가는 등 강력한 한파가 몰아친 12일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에서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들이 먹이활동을 하며 겨울을 보내고 있다. 2018.1.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환경단체 "두루미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 위협"

(철원=뉴스1) 하중천 기자 = 강원 철원군 관내 철새 도래지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축사로 인해 두루미가 갈 곳을 잃는 등 지역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넓은 평야와 청정지역으로 일컬음 받던 강원 철원군.

하지만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무분별하게 늘어난 80여개의 축사로 인해 두루미 등 철새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 오지리, 대마리, 율이리 등 평야에는 겨울철 매년 각종 철새가 모여드는 곳이다.

지난해 2월경에는 직전년도 보다 소폭 증가한 흰두루미 960여마리, 재두루미 6000여마리가 철원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양지리·오지리(약 5만5000평) 등에 들어선 축사로 인해 매년 해당 지역에서 겨울을 보냈던 철새들이 갈 곳을 잃어 한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종수 환경재단 철원지역 센터장은 22일 “두루미를 포함한 철새들이 축사로 인해 갈 곳을 잃어 다른 장소(위험성 있는 곳)로 집중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집중화 현상이 지속되면 철새들이 AI 등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분별한 축사로 인해 철새들이 기존 도래지를 잃는다면 두루미를 포함한 철새들이 철원을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또 가축 분뇨로 인해 두루미뿐만 아니라 곤충 등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각한 문제다”고 우려했다.

한편 축사 분뇨 악취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철원축사피해비상대책위원회는 동송읍 일대 대규모 축사 인·허가를 내줬던 관련 공무원을 대상으로 법적 고발 조치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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