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박영래 기자 = "하루 14시간 이상 근무는 기본이고, 점심은 이틀에 한번꼴로 먹습니다."
전남의 한 농어촌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는 김모씨(50)가 19일 공개한 자신의 근무일지는 근로자로서 보장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지난해 7월부터 노선버스업계가 근로기준법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으로 맞추고 있지만 열악한 시군의 농어촌버스 근무환경은 '살인적' 그 차제였다.
김씨가 지난 6일 운행했던 'A3번선' 근무일지를 보면 점심 한끼 제대로 먹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일정은 빠듯했다.
그의 첫 노선은 새벽 5시20분 광주를 출발해 송정과 월야, 문장, 나산 등지를 거쳐 6시35분 함평에 도착했다.
근무표에는 10분의 휴식을 제공한 뒤 6시45분 함평을 출발해 백련을 돌아 7시5분 다시 함평에 돌아온다.
이어 휴게시간은 겨우 5분이 주어지고 김씨는 7시10분 함평을 출발해 현경, 망운을 돌아 다시 함평으로 돌아오는 노선코드번호 605번을 운행했다.
새벽부터 근무한 그에게 이 순간 주어진 점심시간은 노선코드 502번을 마친 11시5분부터 621노선에 투입되는 11시30분까지 단 25분에 불과했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그는 곧바로 노선코드번호 621, 601, 502, 625, 626, 618에 쉼 없이 투입돼야 했다.
그가 이날 오후 7시34분에야 기나긴 일과를 마칠 수 있었다. 새벽시간 근무에 투입된 지 14시간 15분 만이다.
14시간여의 근무를 마친 김씨는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이튿날 새벽 또다시 근무에 투입됐다.
이날 운행할 노선은 'A4번선'. 그는 새벽 5시30분 광주서 출발하는 노선코드번호 502번을 시작으로 전날과 비슷한 일정을 소화했다.
8개 노선을 다 운행한 뒤 오후 7시45분 광주 종점에서 고단한 일과를 마무리했다. 이날 근무시간 역시 14시간 15분이었다.
김씨는 "버스 28대 가운데 20대만 운행하는 회사의 빽빽한 배차현황을 보면 점심은 이틀에 한번꼴로 건너뛰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살인적인 근무시간표는 결국 과속으로 이어지게 되고 대중교통 이용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는 "평일 출퇴근 시간 때면 운행 예정시간보다 10~15분 초과하는 것은 허다하고, 휴식시간을 포기하고 운행 제한속도인 시속 80㎞를 달려도 시간을 맞출 수가 없는 상황이 다반사"라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과속과 사고율이 엄청 높고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렇게 하루 14시간씩 총 23일을 근무해 받은 지난 1월 월급은 242만원(실수령액 기준)이었다.
김씨는 "어찌된 영문인지 회사 규정은 입사 3개월까지는 기본급의 10%를 차감한 후 지급했다"며 "때문에 1년 단위 비정규직으로 계약한 뒤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이직을 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금 회사에서 일하는 30여명 운전기사 가운데 60세 이상의 나이 많으신 분이 5∼6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6개월 미만"이라며 "열악한 근무환경에 숙련된 기사들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