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막으로 눈속임…주민들 악취·화재위험 고통
(경기=뉴스1) 박대준 기자 = “쌓인 양이 어마어마해요. 지역에서는 유명한 ‘쓰레기 캐슬’이에요”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불법방치 폐기물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수년간 방치되어 온 파주시의 한 불법 폐기물 야적장을 찾았다.
이곳 파주시 조리읍 장곡리에 위치한 불법 적치 쓰레기는 파주시의 오랜 골칫거리다.
통일로 장곡검문소 교차로에서 용미리공원 방향으로 1㎞가량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를 따라 진행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폐기물 야적장은 도로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그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사회인야구장 정도 넓이의 야적장 주위로 아파트 3~4층 높이의 철제 펜스가 둘러싸여 있어 외부에서 보기에는 대형 공사현장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규모가 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공무원의 말을 믿고 찾은 취재진도 공장들만 늘어선 도로에서 갈팡질팡하다 마을 주민들로부터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주민들은 전원주택을 포함한 40~50가구가 형성된 작은 전원마을의 바로 도로 건너편에 마치 성처럼 생긴 곳이 문제의 쓰레기 야적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마을주민은 “최근 날이 따뜻해지면서 벌써부터 쓰레기장 쪽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이제는 제발 치워 달라”고 하소연했다.
쓰레기 야적장 입구에는 차량들이 주차해 있고 폐 오토바이가 버려져 있었으며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취재진이 둘러본 13일은 제법 바람이 불고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야적장 주변에는 악취와 함께 뭔가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내부를 살펴보니 야적장 가득 폐합성수지와 옷가지 등 혼합폐기물들이 쌓여 있었다.
파주시가 추정한 이곳 쓰레기 양은 2만~3만톤에 달한다.
인근 공장의 직원 A씨는 “냄새는 그렇다 하더라도 자칫 불이라도 나면 바로 옆 공장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어 하루빨리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단은 2016년 시작됐다. 파주시에 따르면 불법투기자는 토지주와 단기 임대차계약을 작성하면서 건축자재나 의류보관 용도로 잠시 사용하겠다고 속인 뒤 빌린 땅에 가림막을 설치, 이후 외부에서 반입한 쓰레기를 한 달여간 불법 투기하고 달아났다.
현재 투기 행위자는 구속된 상태이며 시는 토지주에게 원상복구를 지시한 상태다. 그러나 처리 비용만 수억원에 달해 토지주도 투기행위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재판이 수년째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파주지역의 다른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파주읍 봉암리에 1000톤, 적성면 가월리 800톤, 검산동 500톤 등 파주시 곳곳에 불법 적치 폐기물이 수년간 방치 중이다. 이곳 역시 토지주를 속인 뒤 몰래 폐기물을 버리고 잠적하는 수법이 앞서 장곡리 불법매립지에서와 비슷하다. 경찰은 불법 투기자 배후에 조직폭력배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파주시 교하동에 버려진 폐토사 375톤에 대한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불법투기 방법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지능화되고 있다.
과거 1기 신도시와 도심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었던 1990년대에는 서울시 외곽인 고양시 자유로변(난지도 하수처리장)과 강매동 등 도심 외곽에 야간을 이용해 건축 폐기물을 불법 매립하는 경우가 성행했다.
이후 지자체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2000년대에 들어서는 파주와 양주·포천 등 인적이 드문 야산 등지에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러나 공무원의 단속이 더욱 강화되고 CCTV를 이용한 차량 추적으로 투기자에 대한 적발이 늘어나자 최근에는 조직폭력배를 낀 전문 불법투기범들이 수도권을 돌며 토지주들을 속여 소액의 임대계약금만 지불한 뒤 불과 며칠 사이 쓰레기를 버리고 달아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몇 푼 안되는 임대수익금에 현혹돼 뒤늦게 속았다는 사실을 안 토지주들은 거금의 원상복구 비용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파주시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대규모 불법쓰레기 투기가 심각한 환경문제로 떠오르면서 취약지역에 대한 단속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토지주들의 주의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