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 위조해 13억 사기대출.. 10개월간 왜 안걸렸을까?

입력 2019.02.20 12:02수정 2019.03.28 16:53
"금전거래 시 위조 여부 확인해야"
공문서 위조해 13억 사기대출.. 10개월간 왜 안걸렸을까?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세입자 없는 주택담보 제공 노려…전입세대열람 내역 위조
'깡통주택' 골라 범행…"금전거래 시 위조 여부 확인해야"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이른바 '깡통주택'을 골라 매입한 뒤, 이 주택에 세입자가 없는 것처럼 공문서를 위조해서 금전거래 담보로 제공하는 방법으로 13억원가량을 챙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건설·조세·재정범죄전담부(부장검사 김명수)는 사기 및 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 행사 혐의로 양모씨(56·여)와 정모씨(55·여) 및 김모씨(42)를 구속해 지난 1일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의 기간 동안 깡통주택을 물색해서 이를 헐값에 사들이고, 이 주택의 '전입세대열람 내역서'를 총 19차례 위조해서 세입자가 없는 주택인 것처럼 꾸며 돈을 빌리는 데 담보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14명의 피해자가 위조된 문서에 속아 28회에 걸쳐 13억원가량의 피해를 봤다.

이들은 세입자가 없는 주거용 부동산이 돈을 빌려주는 등의 금전거래에서 담보로 제공된다는 점을 노렸다. 세입자가 있는 경우에는 현행법상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이 선순위 채권으로 인정되고, 이 때문에 금전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채권자는 선순위 세입자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돈을 빌려주는데 이 부분을 속였다.

전입세대열람 내역서에 위조 방지용 표식 등이 없다는 점도 이들이 노린 지점이었다. 전입세대열람 내역서는 세입자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문서인데, 상대적으로 위조가 쉽다는 점이 범죄에 악용됐다.

의류판매업과 의류유통업에 각각 종사하는 양씨와 정씨는 미등록 상태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던 김씨를 이용해서 깡통주택 정보를 찾아냈다. 정씨는 이렇게 찾은 정보를 양씨에게 전달한 뒤 그에게 주택을 매수하고 전입세대열람 내역서를 발급하게 했다.

정씨와 김씨는 양씨가 건네준 전입세대열람 내역서를 위조했고, 지인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돈을 빌려줄 피해자를 물색했다. 피해자가 나타나면 정씨는 위조한 문서를 제시하고 돈을 받아 챙겼다. 정씨와 양씨는 이렇게 받은 돈을 나눠 가졌고, 김씨에게는 문서 위조 1건당 10만~20만원을 주거나 깡통주택 소개 1건당 50만~100만원을 대가로 줬다.

이들은 깡통주택을 범행에 이용했기 때문에 돈을 거의 들이지 않은 상태에서 연쇄적으로 주택을 매입하고 문서를 위조할 수 있었다.

피해자들 중에는 3차례에 걸쳐서 2억1000만원을 이들에게 빌려준 사례가 있었다. 또 어머니에게 드릴 목돈 3000만원에 이자를 더하려고 돈을 빌려준 30대 직장인도 있었다. 하지만 정씨와 양씨가 피해금액 대부분을 의류판매·유통 등 자신들의 사업에 쓰면서 피해 회복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정씨와 양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김씨도 위조 내역 대부분을 시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3명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사이 모두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전입세대열람 내역서에는 별도의 관인이나 위조 방지용 표식이 없이 프린터로 출력·발급되고 있어 위조가 쉽다"며 "금전거래에 주택을 담보로 삼을 때는 선순위 세입자가 있는지, 전입세대열람 내역서가 위·변조되지 않았는지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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