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현장서 자율적 반영, 통제 아니다" 항변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합니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제작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 속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 13일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를 방송국 및 프로그램 제작사에 배포했다. 관련 안내서는 지난 2017년에 방송사와 제작 현장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을 세부적으로 나눠 제작·배포했던 것을 보완한 것이다.
안내서는 과도한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점검표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처녀작', '처녀비행'과 같은 성차별적인 언어 사용에 대해 바꿔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방송 프로그램의 다양한 외모 재현에 참고할 가이드라인'에서 발생했다. 여가부가 배포한 가이드라인에 시대착오적인 내용이 담긴 것이다.
예를 들어 유형별 제작 원칙에서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하고, 지나치게 날씬함을 강조하는 연출 및 표현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바람직한 외모 기준을 환기시키지 않게 하고, 상황에 맞지 않은 노출 혹은 밀착 의상, 신체 노출을 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 등도 있었다.
더 나아가 획일적 외모 항목에 한 홈쇼핑 채널 쇼호스트가 "정말 뚱뚱해 보일 뻔했는데 날씬해 보여요"라고 말한 사례 등도 포함됐다.
이러한 내용은 정부의 지나친 방송 규제가 아니냐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실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진선미)여가부 장관은 여자 전두환입니까? 음악 방송에 마른 몸매, 하얀 피부, 예쁜 아이돌의 동시 출연은 안 된답니다. 군사독재 시대 때 두발 단속, 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릅니까?"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 의원은 "왜 외모에 대해 여가부 기준으로 단속합니까? 외모에 객관적인 기준이 있습니까? 그것은 정부가 평가할 문제가 아니고 국민들의 주관적 취향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여가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는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규제나 통제라는 일부의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방송과 미디어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평등한 미디어 환경 조성을 위해 안내서가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