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장 수여에 앞서 250명 이름 호명…탄식·오열
(안산=뉴스1) 조정훈 기자 =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 전 초등학교 6학년 이었어요. 5년이란 세월이 흘러 저도 이제 단원고 2학년이 됐네요. 당시 2학년이었던 선배들처럼 말이에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 250명(미수습 2명)을 위한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12일 오전 10시 교정에서 열렸다.
본관 4층 단원관에서 진행된 이날 명예졸업식에는 유가족, 단원고 교직원, 일부 재학생,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약 700여명이 참석해 꽃다운 나이에 먼저 간 아이들의 넋을 위로했다.
방학이지만 이날 졸업식에 참석한 단원고 2학년 김모군은 “당시 전 초등학생이었다. 안산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선배들이 겪은 고통,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며 “어렸어도 알건 다 알았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4년 4월1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하루 뒤 인 16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참사로 탑승객 총 476명 중 304명이 희생되고 172명이 생존했다. 단원고 학생 중에는 당시 2학년 재학생 325명 중 250명(미수습 2명)이 희생을 당했다.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2016년 이때쯤 졸업했어야 했다.
명예졸업식은 미수습 된 학생들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미뤄달라는 유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그동안 미뤄져 왔다. 하지만 세월호 선체 인양 작업이 끝나고 선체 수색 작업도 마무리되면서 올해 명예졸업식을 열어달라는 유가족측의 요청에 따라 이날 행사가 열리게 됐다.
명예졸업식은 추모동영상 상영, 명예졸업장 수여, 재학생 합창, 인사말, 회고사, 졸업생 편지낭독, 교가 제창 등 순으로 시종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추모동영상이 상영되자 장내 여기저기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유가족, 그들을 위로하는 지인들, 교복 옷깃으로 눈물을 닦는 후배들, 고개 숙인 중년 남성 등 장내 분위기는 금세 무겁게 가라앉았다.
양동영 단원고 교장은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에 앞서 희생 학생 250명의 이름을 낮은 목소리로 하나하나 호명 했다. 유가족들은 고개를 떨군 채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울분이 터진 듯 오열하는 엄마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참석자들의 눈가에도 금세 눈물이 맺혔다.
한 유가족은 “우리 아이들이 이제 서야 졸업을 했다. 참사만 아니었더라도 벌써 했을 텐데”라며 “사랑하는 우리 아들, 딸들 절대 잊지 않을께 정말 미안해 사랑한다(울음)”고 말했다.
시민 박모씨는 “참으로도 가슴 아픈 일이다. 그 일이 벌어지지만 않았더라면 벌써 졸업해 대학에서 또 사회에서 좋은 시간 보냈을 아이들인데, 가슴이 먹먹하다”고 전했다.
한 중년 남성은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아이들이 겪은, 겪지 말았어야 했을 고통,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진정한 양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