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종시의 한 공립유치원 특수교사가 교육당국으로부터 교권 침해 피해를 공식 인정받고도 해당 원아와 분리되지 못한 채, 같은 학부모로부터 또다시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됐다.
원아의 지속적인 공격 행동으로 상해를 입은 교사가 형식적인 교권보호 조치 속에서 무방비로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종지부와 피해 교사 A씨에 따르면, 세종시 모 공립유치원의 특수교육대상 원아 학부모는 지난주 A씨를 아동학대(신체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학부모 측은 아이의 목 부위에서 붉은 자국이 발견되자 "교사가 아이의 목을 졸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A씨는 "당시 교실에는 다른 교사들도 함께 있었으며, 아이가 가려워 스스로 긁어서 생긴 상처"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세종경찰청은 지난달 30일 해당 유치원을 찾아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으며 조만간 관련자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뇌진탕·파상풍 주사 맞아도… '분리 불가' 구조에 갇힌 교사
A씨와 해당 학부모 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당 원아는 지난해부터 흥분과 공격 행동을 반복해 왔으며, 교사들은 아이와 다른 원아들의 안전을 지키는 과정에서 손과 팔 등을 지속적으로 물리는 피해를 입었다.
A씨는 반복된 물림 사고로 파상풍 주사를 맞았고, 지난 7월에는 뇌진탕 진단까지 받았다. 최근에는 입술을 물리는 상해를 입었으며 목 디스크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결국 교사들은 지난여름 원아와 학부모를 상대로 교권 침해를 신고했다. 세종시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는 지난 8월 사안을 심의한 뒤 학부모에게는 '서면 사과', 원아에게는 '심리 치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실질적인 보호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유치원은 2개 반을 통합 운영하고 있어 단순 학급 분리로는 접촉을 피할 수 없는 구조다. 보호자가 인근 유치원으로 전원을 신청했으나 교육청 특수교육운영위원회에서 부결됐다. 현행법상 유치원 특수교육대상자의 강제 전원이나 분리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매일 자신에게 상해를 입힌 원아와 같은 공간에서 마주해야 했고, 학부모의 연이은 고소에 노출됐다. 앞서 해당 학부모는 지난 7월에도 원아의 난동으로 귀가지도(가정 인계)를 진행한 A씨와 원장 등 교원 4명을 아동학대(방임) 혐의로 고소해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교원단체 "아이들 난동 제지할 수 없는 상황"… 교육청 적극 개입 촉구
A씨는 "아이의 힘은 점점 세지고 외상도 심각해지는데, 신체학대로 고소까지 당한 상태에서 아이가 난동을 부려도 아무런 제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교사가 온몸으로 막아서며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적극적인 교육을 하라는 것인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교원단체는 무너진 교권 보호 제도의 실효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상미 전교조 세종지부장은 "특수교사가 원아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빈번한데도 교권 침해와 아동학대 고소라는 악순환만 되풀이되고 있다"며 "원아가 전문적인 집중 치료를 받도록 하거나 교육 환경을 근본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교육청이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초등교육과와 교권보호팀이 현장을 방문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며 "현장 점검이 마무리되는 대로 공식 입장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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