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맞벌이로 일하며 11년간 남편에게 생활비 관리를 맡겼던 아내가 시댁 편중 지원과 몰래 진 빚 문제로 결국 이혼 소송을 제기한 사연이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단순한 금전 갈등을 넘어 배우자를 배제한 일방적 재산 처분과 부채 은폐는 혼인 관계를 파탄 낸 주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봤다.
2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YTN 라디오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의 '빌런방지위원회' 코너에서 조인섭 변호사는 결혼 11년 차 맞벌이 부부의 이혼 상담 사례를 소개했다.
사연자 A씨는 매달 월급의 절반을 생활비 통장으로 보냈고, 남편이 나머지를 보태 살림을 도맡아왔다. 그러나 양가 지원 방식에서 큰 격차가 벌어지며 갈등이 싹텄다. 남편은 매 명절 시댁에는 200만 원씩 현금을 챙겼지만, A씨의 친정에는 10만 원 상당의 선물 세트만 보냈다. A씨가 서운함을 토로하자 남편은 "장인어른은 연금이 나오지만, 우리 부모님은 나밖에 없다"는 논리로 일관했다.
남편의 독단적인 지출은 계속됐다. 3년 전 전세 보증금을 올려받으며 생긴 여유 자금 2000만 원을 A씨 모르게 시댁 인테리어 비용으로 썼고, 지난해에는 시댁 보일러 교체 명목으로 400만 원을 추가 지출했다.
결정적인 파탄의 계기는 올해 초 불거진 '숨겨진 빚'이었다. 은행으로부터 남편 명의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가 초과됐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A씨가 전혀 모르던 빚 3200만 원의 존재가 드러났다. 남편은 "손 벌리기 싫어 마이너스 통장으로 메워왔다"고 해명했으나, 11년간 재정 관련 주요 결정을 속여왔다는 배신감에 A씨는 결국 이혼 소송을 결심했다.
조인섭 변호사는 "단순히 돈 문제 자체라기보다는 배우자와 상의 없이 반복적으로 재산을 처분하고 채무를 숨겨 부부간 신뢰를 무너뜨린 점이 혼인 파탄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아내가 몰랐던 3200만 원의 마이너스 통장 채무를 함께 분담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 변호사는 "이혼 시 채무는 혼인 생활 중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쓰인 경우에만 분할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이 쓴 돈이 전액 시댁 지원 등에 사용됐다면 분할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지만, 일부라도 생활비로 섞여 들어갔다면 복잡해진다"며 "이 경우 남편의 재산분할 기여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반영된다"고 덧붙였다.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댁으로 빼돌려진 자금의 분할 가능 여부에는 '송금 시점'이 관건으로 꼽혔다. 조 변호사는 "이혼 소송 직전 부모에게 예금을 송금하거나 자금을 돌려놓았다면, 부부관계가 파탄 난 이후 재산을 은닉·처분한 것으로 판단해 해당 금액까지 분할 대상 재산에 산입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남편의 금융거래정보 조회를 통해 시댁으로 흘러 들어간 자금 내역과 친정 지원 내역, 아내가 생활비로 입금한 명세를 꼼꼼히 확보해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