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코에 인슐린 뿌렸더니 기억력이 좋아졌다?…알츠하이머와 뜻밖의 관계

2026.09.26 07:00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인슐린이 아밀로이드반의 생성과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여 인슐린이 뇌세포에 직접 작용해서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알츠하이머를 '3형 당뇨병'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생겨났다.

몸에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 것이 2형 당뇨라면 뇌에 인슐린 저항성이 생긴 것이 3형 당뇨라는 것이다. 알츠하이머가 뇌세포에 포도당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시작된다는 점, 뇌의 인슐린 수치는 정상인데 수용체와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 인슐린 저항성과 더불어 다른 신경전달물질의 공급이 줄어든다는 점 등이 이 병을 3형 당뇨병으로 불러야 한다는 근거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좋은 근거는 인슐린이 뇌에서 인지능력에 관여한다는 점일 것이다. 인슐린은 혈액뇌장벽이나 혈액척수액장벽 등의 경로를 통해 뇌에 도달하여 렙틴, 그렐린, 도파민 등과 함께 식욕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1999년 인슐린이 뇌에서 아세틸콜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의 분비에 관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두 물질은 뇌의 인지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1년에는 인슐린이 뇌세포막에 작용하여 글루타메이트의 수용체인 N-메틸-D-아스파테이트(N-methyl-D-aspartate)의 발현을 촉진하여 기억력 형성에 관여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후로 인슐린과 인지력의 관련성을 다룬 논문이 줄을 이었다.

2002년의 논문은 인슐린이 뇌 피질의 포도당 대사를 증가시키는 데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또 인슐린이 포도당 수송체를 종류별로 필요한 위치에 분산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포도당 대사에 관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현재 학계는 치매가 뇌에 발생한 당뇨병, 뇌에서 일어난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임상에서 실제로 뇌에 인슐린을 주입하자 인지능력이 상승하는 결과를 얻었다. 2004년 독일 뤼벡 대학교 신경내분비학과 연구팀은 38명의 건강한 남녀에게 8주 동안 비강을 통해 인슐린을 주입하고 이들의 인지능력의 변화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단어 기억력, 주의력 등이 개선되었고 자신감 등 기분도 더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미국의 연구팀은 비슷한 실험을 중경증의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환자들 역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이 한결 향상되었다. 플라시보를 흡입한 환자들에게서는 인지능력에 아무 변화가 없었다.

2022년 하버드 의대 산하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Beth Israel Deaconess) 병원 연구팀은 총 174명에게 24주 동안 매일 코를 통해 인슐린을 주입하고 이들의 인지능력과 걸음걸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인슐린을 주입받은 당뇨 환자 그룹은 플라시보를 주입받은 당뇨 환자 그룹보다 단순작업 및 멀티태스킹 속도가 더 빨랐다.

당뇨가 아닌 그룹 역시 인슐린을 주입받은 그룹이 플라시보를 주입받은 그룹보다 작업 수행능력이 더 좋았고 언어를 통한 기억능력도 더 좋았다. 인슐린을 주입받은 당뇨 환자 그룹은 자기공명영상에서 전두엽 피질의 혈류량이 증가한 것이 관찰되었다. 당뇨가 있든 없든, 인슐린을 주입받은 그룹이 걸음 속도가 더 빨랐다.

이 모든 임상실험에서 인슐린 비강 스프레이는 참가자들의 혈당을 높이거나 낮추지 않았고 그 밖의 부작용도 없었다. 다만 아무 효과가 없는 사람도 있었고 효과가 크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한 인슐린 비강 스프레이는 아직까지 시험 단계에 있다.

정말 효과가 좋고 안전성이 확보되어 대중적으로 처방할 수 있다면 치매 치료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다. 특히 인지능력 장애가 심하지 않은 조기 치매에 적용한다면 병의 진행을 한결 늦출 수 있고 환자로서도 남은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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