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어린 시절 놀잇감으로 여겨지던 '포켓몬 카드'가 글로벌 대체투자 자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수익률이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S&P500을 8배 가까이 웃돌면서, 일부 전문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금융자산에 필적하는 가치 저장 수단이자 '대안 통화'로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9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게임·스포츠 벤처투자사 그리핀 게이밍 파트너스의 창립자이자 50만 장 이상의 카드를 보유한 투자자 피터 레빈은 최근 인터뷰에서 "내일 세상에 종말이 온다면 그다음 날 세계 공용 화폐는 포켓몬 카드가 될 것"이라며 카드 자산의 범용성과 시장성에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레빈은 포켓몬 카드의 최대 강점으로 '접근성의 대중화'를 꼽았다. 전문 거래소뿐 아니라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 채널에서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고, 기관이나 개인 구분 없이 초고가 희귀 카드를 획득할 기회가 동등하게 열려 있다는 점이 거대한 유동성과 시장 하방 지지력을 만든다는 분석이다.
수익률 지표는 전통 금융자산의 상승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트레이딩 카드 분석업체 '카드래더' 데이터에 따르면, 포켓몬 카드는 2004년 이후 약 3821%에 달하는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률(483%)을 압도했으며, 2012년 상장 후 1844% 뛴 빅테크 기업 메타(Meta)의 주가 상승률도 훌쩍 뛰어넘었다.
실제 실물 거래 시장에서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가고 있다. 미국 유명 인플루언서 로건 폴은 5년 전 500만 달러(약 67억 원)에 매입했던 초희귀 카드 '피카츄 일러스트레이터'를 올해 초 1600만 달러(약 214억 원)에 되팔며 역대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5년 만에 3배가 넘는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카드 한 장의 가치가 급등하자 지난 6월 미국 뉴저지에서는 5만 달러 상당의 카드가 털리는 등 범죄의 표적이 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글로벌 트레이딩 카드 시장 규모를 연간 최대 500억 달러(약 67조 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넘쳐나는 유동성과 '밈주식' 열풍을 타고 유입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시장을 키웠고, 최근에는 디즈니와 해즈브로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공룡들까지 자체 IP를 활용해 카드 사업을 확장하며 시장 외연을 넓히고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한다. 포켓몬 카드는 금융당국의 규제나 공시 의무를 받지 않는 비제도권 자산인 데다, 카드의 미세한 보존 상태나 캐릭터 인기, 시중 유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극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가 일각에서는 포켓몬 카드가 '추억과 향수'라는 강력한 문화적 프리미엄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대체투자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와 함께, 환금성과 가치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공존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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