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나이트클럽에서 하룻밤에 수억 원을 쓰고 수천만 원 상당의 에르메스 가방을 주변에 뿌리며 재력을 과시하던 20대 싱가포르 국적 남성이 미국 법정에서 3000억 원대 비트코인을 가로챈 혐의를 인정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역사상 단일 암호화폐 도난 사건 중 최대 규모다.
9일(현지시간) NBC,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2억 4500만 달러(약 3280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 사기 사건 주범인 싱가포르 국적 멀론 람(22)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해 사기 공모 및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중학교를 중퇴한 람은 2023년 미국으로 건너온 뒤 비자가 만료돼 불법체류 신분으로 지내왔다. 그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을 통해 미국 전역과 해외에 거주하는 공범들을 포섭해 범죄 조직을 꾸렸다.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람 일당은 구글 클라우드와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Gemini)'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계정에 무단 접근 시도가 발생했다"고 속이며 접근했다. 피해자를 기망해 보안 인증 정보를 빼내는가 하면, 피해자의 자택 PC와 구글 드라이브에 침투해 비트코인 지갑 개인키(프라이빗 키)를 탈취하는 방식으로 비트코인 4100개를 가로챘다.
범행 직후 이들은 로스앤젤레스(LA)와 마이애미를 오가며 막대한 범죄 수익으로 초호화 '돈 잔치'를 벌였다. 람은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최고급 슈퍼카를 30대 이상 사들였고, 마이애미의 호화 주택을 임차해 거주했다. 그의 집에서는 50만 달러(약 6억 7000만 원)를 호가하는 명품 시계와 수만 달러 상당의 명품 의류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특히 람은 LA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하룻밤 술값으로만 56만 9000달러(약 7억 6000만 원)를 긁는가 하면, 개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에르메스 버킨백 여러 개를 사들여 클럽 파티 참가자들에게 마구 뿌리는 등 노골적인 기행을 일삼았다.
그러나 꼬리는 길지 않았다.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한 람은 향후 선고 공판을 통해 최대 징역 3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닌 페리스 피로 워싱턴DC 연방검사는 "기술을 무기화해 무고한 이들의 자산을 탈취하는 범죄자들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사이버 범죄 제국을 구축한다면 반드시 찾아내 조직을 해체하고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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