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K-팝 업계에 따르면, 엔하이픈이 최근 발표한 미니 8집 '더 신 : 블리스(THE SIN : BLISS)'는 그룹의 음악색을 다양한 장르로 확장한 시도로 평가 받는 중이다. 내레이션, 퍼포먼스, 영상과 어우러진 음악이 엔하이픈 특유의 '몰입형 스토리텔링'을 한층 확장시켰다는 반응이 업계에서 나온다.
특히 음악 전문가들은 '더 신 : 블리스'에 대해 "데뷔 때부터 쌓아올린 '뱀파이어 서사'의 결정체"라며 "팬덤뿐 아니라 글로벌 대중으로 저변을 확장시키며 엔하이픈의 정체성을 각인시킨 작품"이라고 짚고 있다.
'더 신 : 블리스'는 특히 9월5일 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정상을 차지하며 평단뿐 아니라 팬덤과 대중에게도 열광의 진앙지로 거듭났다.
엔하이픈은 '빌보드 200'에서 차곡차곡 순위를 끌어 올리는 계단식 성장 서사를 써 왔다. 미니 4집 '다크 블러드(DARK BLOOD)'와 미니 5집 '오렌지 블러드(ORANGE BLOOD)'가 4위, 미니 6집 '디자이어 : 언리시(DESIRE : UNLEASH)'가 3위, 정규 2집 '로맨스 : 언톨드(ROMANCE : UNTOLD)'와 미니 7집 '더 신 : 배니시(THE SIN : VANISH)'이 2위를 차지한 끝에 마침내 첫 1위에 올랐다.
'더 신 : 블리스'는 팀 통산 다섯 번째 더블 밀리언셀러 작이다. 발매 첫 주 한터차트 기준 209만 장 이상 판매됐다. 일본에서도 최신 '주간 앨범 랭킹'(9월 7일 자 / 집계 기간: 8월 24일~30일) 1위로 직행했다. 이로써 엔하이픈은 미니 2집 '보더 : 카니발(BORDER : CARNIVAL)'을 시작으로 총 11개 앨범을 해당 차트 정상에 올렸다.
'더 신 : 블리스' 타이틀곡 '블러디 파라다이스(Bloody Paradise)'는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위클리 톱 송' 글로벌을 비롯해 일본, 태국, 페루 등 20개 국가/지역 차트에 진입했다. 15개 국가/지역 아이튠즈 '톱 송' 정상을 찍는 등 총 42개 국가/지역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9월5일 자 빌보드 '버블링 언더 핫 100'에서 23위를 차지했다.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 아깝게 진입하지 못한 25곡 순위를 매기는 차트로, 풀뿌리 인기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음악방송 5관왕을 달성, 데뷔 후 처음으로 음악방송 그랜드 슬램을 이뤘다.
'더 신 : 블리스'는 금기를 깨고 도피를 선택한 뱀파이어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콘셉트 앨범이다. 위협과 갈등, 화해를 거치며 어떠한 결말이 닥치더라도 '함께하는 것 자체가 축복(Bliss)'임을 깨닫는 과정을 그려냈다. 미니 7집 '더 신 : 배니시'에서 시작된 서사를 이어가는 동시에 음악적 표현 범위를 함께 넓혔다.
'블러디 파라다이스'는 특히 미국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앨범상' 수상작인 배드 버니 'DtMF'에 참여했던 줄리아 루이스(JULiA LEWiS)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앤서니 와츠(Anthony Watts), 스텔라장, 딥플로우 등도 앨범에 참여해 각기 다른 음악적 색깔을 더했다.
김윤미 대중음악 평론가는 "콘셉트 앨범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장르적 스펙트럼을 성공적으로 확장한 앨범"이라며 "다양한 장르를 엔하이픈 특유의 다크한 문법으로 촘촘히 풀어냈다"고 들었다.
이번 앨범의 또 다른 축은 한층 정교해진 '몰입형 스토리텔링'이다. 6개의 음원 사이에 4개의 내레이션을 배치해 각 곡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했다. 배우 박정민과 김수지 MBC 아나운서를 비롯해 일본 성우 츠다 겐지로(츠다 켄지로), 중국 가수 겸 배우 황쯔홍판 등이 참여해 내레이션으로 뱀파이어 연인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풀어냈다.
이아림 대중음악 평론가는 "다양한 스토리텔러가 참여해 감정선을 극대화하는 보도형 내레이션을 펼치면서 전작과의 유기성을 극대화한 것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서사적 장점"이라고 특기했다.
최승인 대중음악 평론가도 "'더 신' 연작에서 곡 사이의 내레이션은 앨범의 서사를 이끄는 형식 그 자체"라며 "이같은 장치는 청자를 사건의 목격자로 만들고, 곡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이야기에 살을 붙인다. 사운드 스케이프나 다양한 장르 뿐 아니라 앨범 속 감정과 이야기의 해상도 또한 넓어졌다"고 톺아봤다.
음악과 서사는 퍼포먼스와 영상으로도 이어진다. '블러디 파라다이스' 퍼포먼스는 바일레 펑크의 리듬을 살린 스텝과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곡의 에너지를 시각화했다. 뮤직비디오는 전작 '나이프(Knife)'의 이야기를 이어받아 추격과 위협 속 연인의 모습을 페루의 풍광과 빈티지한 미장센으로 풀어낸다.
김윤미 평론가는 "금기를 깨며 스스로 금기가 돼 버린 뱀파이어 연인의 도피와 갈등, 축복의 서사는 오디오 드라마 형식의 내레이션, 멤버들의 강력한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의 강렬한 비주얼과 결합돼 엔하이픈의 세계관을 정교하게 직조한다"며 "지난 미니 7집에 이어 각기 다른 질감의 수록곡과 맞물리며 또 한편의 뱀파이어 버디무비를 펼쳐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서사는 앨범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와 글로벌 문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뱀파이어 세계관을 공유하는 '다크 문(DARK MOON)' IP를 앞세워 '샌디에이고 코믹 콘(SAN DIEGO COMIC-CON) 2026'에 진출하며 글로벌 팝 컬처 무대로 영역을 넓혔다. 앞서 미니 6집 '디자이어 : 언리시'에서는 박민수 감독이 연출한 콘셉트 시네마와 여의도 지하 벙커에 조성한 팝업 '메종 엔하이픈'을 통해 앨범의 이야기를 현실 공간으로 옮겼다. 대한적십자사 및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한 글로벌 헌혈 캠페인에서는 뱀파이어의 핵심 모티프인 '피'를 현실의 메시지로 연결하기도 했다.
엔하이픈의 영향력은 공연 무대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자체 최대 규모인 월드투어 '엔하이픈 월드 투어 '블러드 사가'(ENHYPEN WORLD TOUR 'BLOOD SAGA')'를 통해 전 세계 22개 도시에서 총 35회 공연을 펼쳤다. 7월에는 상파울루와 리마, 멕시코시티를 잇는 첫 라틴 투어로 세계와의 접면을 넓혀 왔다. 오는 12월부터 일본에서는 4대 돔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최승인 평론가는 "엔하이픈은 하나의 뱀파이어 서사를 6년째 진득하게 쌓아 올린 것은 팀의 강점"이라며 "그 결과 음악을 듣던 팬덤이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팬덤으로 넓어졌고, 음악 시상식이 아닌 세계 최대 팝 컬처 축제 샌디에이고 코믹콘이 이들을 초청했다.
김윤미 평론가 역시 "이번 콘셉트 앨범은 K-팝의 서사적 완성도를 높여 '글로벌 문화 IP'로의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며 "앞으로도 고유의 팀 컬러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며 자신들만의 음악과 서사를 지속가능하게 확장해나갈 행보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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