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종시의 한 미용실에서 미용사의 권유로 '투블럭' 스타일을 시도한 40대 여성이 뒷머리가 바리캉으로 짧게 밀려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16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세종시에 거주하며 영어 강사로 일하는 4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말 새치 염색을 하러 동네 미용실에 들렀다가 낭패를 봤다. 남자 원장이 "볼륨매직에 투블럭 단발을 하면 개성 있을 것"이라고 거듭 권유했고, 요즘 여성들도 많이 한다는 말에 시술을 수락했다.
하지만 시술 도중 원장은 갑자기 바리캉을 들어 A씨의 목덜미까지 뒷머리를 짧게 밀어버렸다. A씨는 "뒷거울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목덜미가 너무 밀려 있어 순간 말을 잃고 얼어붙었다"며 "옆 손님과 눈이 마주쳤을 때 둘 다 할 말을 잃었을 정도"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용실에 함께 있던 여자 원장(남자 원장의 아내)은 "머리가 잘 나왔다"며 "많이 상한 곱슬머리인데 매직도 잘 되고 커트도 훨씬 개성 있고 좋다"고 분위기를 주도했다. 얼결에 상황을 넘긴 A씨는 볼륨매직 비용 15만 원과 커트 비용 2만 원 등 총 17만 원을 결제하고 귀가했다.
가족과 지인들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아들과 지인들 모두 "머리가 왜 그러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참다못한 A씨는 미용실 원장에게 "이건 아닌 것 같다. 너무 창피해서 가발을 사야 할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원장은 "충분한 상담을 거쳤으며 실수가 아닌 콘셉트"라며 환불을 전면 거부했다. 결국 A씨는 심하게 훼손된 머리 때문에 가발을 쓴 채 출근하고 있으며, 바리캉에 밀린 두피에 피부염까지 앓고 있다.
이와 유사한 피해는 또 있다. 평범한 직장인 B씨는 퇴근길에 덥수룩한 머리를 정리하고자 동네 미용실을 찾아 분명히 "다듬어만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안경을 벗어 시야가 흐릿했던 B씨가 시술 후 마주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투블럭 컷'이었다.
B씨가 "언제 투블럭으로 해달라고 했느냐"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미용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괜찮은데요?"라고 응수할 뿐이었다. 요금을 지불하고 미용실을 나선 B씨는 무시당했다는 분노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계약 위반인가, 불법행위인가? 법적 쟁점
그렇다면 미용사가 고객의 요구를 묵살하고 일방적인 시술을 강행했을 때, 법적인 책임은 어떻게 될까.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단순한 '서비스 불만족'을 넘어 명백한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민사상 '채무불이행(불완전이행)'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통상적인 미용실 방문은 곧 미용사와 고객 간의 도급 형태의 서비스 계약 체결을 의미한다. B씨처럼 '단순 다듬기'만을 요청했음에도 미용사가 고객의 동의 없이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시술을 진행했다면, 이는 계약 내용을 온전히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즉, 민법 제390조에 따른 불완전이행에 해당해 손해배상의 근거가 된다.
더 나아가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할 여지도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미용사의 일방적인 시술이 고객의 외모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가 인정될 경우, 피해 고객은 지불한 시술 비용과 타 미용실에서의 복구 비용 등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물론, 원치 않는 헤어스타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겪게 된 수치심과 우울감 등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까지 가능해진다.
다만 법적 분쟁으로 직행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투블럭 컷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이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고객이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우선 미용실 측에 명확히 항의하고, 시술 비용 환불이나 타 미용실에서의 복구 비용 등 합리적인 보상을 요구하며 협의를 시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만약 원만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소송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민사소송 대신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 및 분쟁조정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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