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월세 70만원? 차라리..." 명문대 나와 '전업자녀'

월 50만 원 받으며 가사·돌봄 전담
청년 고용 부진과 주거난이 만든 구조적 현상

2026.06.17 14:06  


[파이낸셜뉴스] 극심한 취업난과 주거난,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부모와 동거하며 가사 노동을 전담하는 이른바 '전업자녀'가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업자녀란 직장생활 등 경제활동을 하는 대신, 부모와 함께 살며 집안일과 돌봄을 수행하고 그 대가로 일종의 급여나 경제적 지원(용돈 등)을 받는 성인 자녀를 뜻한다. 2023년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을 기록한 중국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최근 국내에서도 관련 서적이 출간되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이나 일할 의지가 없는 '니트(NEET)족'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아침저녁 식사 준비, 빨래, 청소, 분리수거는 물론 부모님의 병원 동행까지 엄연한 '가사 노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홈프로텍터'라는 우스갯소리를 넘어, 코미디 쇼에서 '전업자녀 채용면접'을 풍자할 만큼 하나의 업(業)으로 인식되는 추세다.

벼랑 끝에 몰린 청년들… 구조적 요인이 낳은 결과


전문가들은 전업자녀의 등장이 개인의 게으름이나 의지 문제가 아닌, 저성장 시대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한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얼어붙은 '청년 고용 시장'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 5000명이나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60세 이상 취업자는 17만 1000명이 증가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청년들이 자립의 기반이 될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여기에 턱없이 높은 '주거비 부담'은 청년들의 자립을 가로막는 또 다른 거대한 장벽이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고물가와 월세 부담은 청년들에게 가혹한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의 절반 이상인 54.4%가 현재 부모와 동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서울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35세 시점에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이 1970년대생은 20%대에 그쳤지만, 1981~1986년생의 경우 41.1%로 두 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안타까운 현실" vs "미래가 불안한 선택"… 엇갈리는 시선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은 전업자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팽팽하게 갈린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전업자녀라는 씁쓸한 단어 속에 담긴 청년들의 고민이 무겁게 다가온다",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가족이 뭉쳐 사는 것도 방법이다"*라며 시대적 아픔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고용주(부모)가 아프거나 은퇴하면 끝나는 직업", "결국 자립 능력을 상실해 노후에 고독과 경제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뼈아픈 지적이다. 부모의 노후 연금이 끊기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경우, 남겨진 자녀가 겪게 될 타격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미 비슷한 문제를 겪은 일본의 경우, 사회와 단절된 청년들을 위해 지자체와 기업이 나서 하루 1~2시간의 단시간 일자리부터 시작하는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완전한 취업 이전에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아준 것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 이들을 노동 시장으로 이끌 뚜렷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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