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풍경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들의 '복장규정' 얘기다.
지난달 29~30일 지방선거 사전투표 기간에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다. 같은 '빨간색'을 노출했지만, 누구는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갔고 누구는 급히 사과문을 올리며 수습에 나서야 했다.
똑같이 '빨간'색인데 왜
논란의 중심에는 가수 이승환과 영지가 있었다.
이승환은 사전투표 기간 중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투표 도장이 찍힌 '투표 인증 용지'를 들고 있는 셀카 사진을 올렸다.
시선이 간 곳은 그의 복장이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의 '브레이브볼캡' 캠페인에 함께해 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소아암 어린이의 정기 후원을 독려하는 검정색 모자를 썼다. 여기에 빨간 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선거 기간 빨간색 의상을 입으면 특정 정당을 상징하는 색으로 해석될 수 있었지만, 별다른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 형은 빨간옷 입고 인증해도 아무도 의심 안할 형", "투표샷인데 빨강을 입으셔도 오히려 강조된다"거나 "강조의 반어법 티셔츠" 등 긍정적 댓글이 주를 이뤘다.
반면 영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마주했다.
지난달 30일 빨간색으로 염색한 머리와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일상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적 신호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비판이 쏟아지자 영지는 게시물을 삭제한 뒤 머리카락을 검은색으로 다시 염색한 사진과 함께 사과문을 올렸다.
영지는 "많은 분들이 알려주셔서 죄송한 마음에 어떻게든 수습해보고자 빨리 염색이라도 하고 왔다"며 "중요한 시기인 걸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경솔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치적 메시지를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선거 기간이라는 이유만으로 헤어스타일과 의상 색깔이 논란이 된 것이다.
다만 이승환과 영지의 사례를 보면 정치색 논란이 반드시 색깔 자체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승환은 예전부터 정치·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혀왔다.
이번 투표인증 사진에도 빨간색 티셔츠를 입었지만, "일 년에 몇 번 쳐다볼 서울의 새 명물보다 일 년 열두 달 안전할 서울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빨간색이 상징인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직격했다.
최근 오 후보는 서소문 고가차도 사고, GTX 철근 누락 등으로 '안전불감증' 논란이 불거진 상태였다.
반대로 영지는 정치적 발언보다 음악과 예능 활동으로 대중과 소통해 온 젊은 아티스트다. 결국 논란의 기준이 객관적 원칙보다 개인에 대한 선입견이나 정치적 호감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셀프 검열'하고 '중화'하고
이처럼 연예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의도치 않은 정치적 논란에 휘말렸다.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빨간색·파란색은 물론 숫자 1·2를 연상시키는 브이(V) 포즈, 엄지손가락 표시까지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도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가 빨간색 숫자 '2'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가 정치색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카리나는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붉은 장미 이모티콘과 함께 일본 거리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문제는 사진 속 카리나의 복장이었다.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 패턴과 빨간색 숫자 2가 적힌 점퍼를 입고 있었다.
방송인 홍진경은 대선 하루 전 스웨덴에서 찍은 빨간 니트 착용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고 개그맨 박성광은 "자 누구를 뽑을까"라는 문구와 함께 파란 하늘과 파란 지붕이 담긴 사진을 SNS에 게시한 뒤 지적이 이어지자 사진에 흑백 필터를 입힌 동일 사진을 재업로드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이에 연예인들에겐 복장과 행동을 단속하는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투표소를 찾을 때면 오해를 사지 않도록 무채색 옷을 입고 '브이'나 '엄지 척' 등의 포즈 대신 주먹을 쥐는 방식을 활용하는 등 이른바 '셀프 검열'에 나섰다. 색이 드러나지 않도록 사진에 흑백 필터를 씌우기도 했다.
일명 '중화' 버전 사진도 나왔다.
그룹 제로베이스원 김태래는 팬 소통 앱에 V 포즈를 취한 사진을 올렸다가 이를 삭제한 뒤 파란색 휴대폰을 든 채 V포즈를 한 사진을 다시 올렸다.
당시 김태래는 "지금 (대선) 시즌 때문에 (소속사에서) 브이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휴대폰 색깔(파란색)로 중화시키겠다"고 했다.
그룹 아이즈원 출신 이채연도 손목 아대 색이 파란색인 걸 감안해 빨간색 방울 토마토를 들어 사진을 찍었다.
정치적 의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색깔만으로 특정 성향을 추정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선거의 공정성은 중요하지만, 색깔이나 일상 사진까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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