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금 국힘이.." 심상치 않은 대구, 김부겸·추경호 여론조사 해보니..

2026.04.29 06:14  
대구 동성로. 2026.4.28 ⓒ 뉴스1 장시온 기자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 2026.4.28 ⓒ 뉴스1 박기현 기자


대구 달성군 대실역 인근. 2026.4.28 ⓒ 뉴스1 박기현 기자


대구 소재 경북대학교. 2026.4.28 ⓒ 뉴스1 장시온 기자


(대구=뉴스1) 박기현 장시온 기자 = "국힘이 개박살이 나가 팔다리 다 짤맀는데 우리가 모가지를 꺾을 수는 없는 기라."(이 모 씨·서문시장 슈퍼마켓 사장·61)

"임계치에 다다라가 넘어서믄 폭발하잖아예. 지금 거의 국힘에 대해선 폭발 상태가 아인가 싶어예."(범어네거리에서 만난 전 모 씨·70)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대구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망설임이 동시에 배어 있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내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선택지 앞에서는 "그래도 대구까지 넘어가선 안 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시민들은 지지 정당을 떠나 김부겸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훌륭한", 심지어는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스스럼없이 붙였다. 그러나 상상하기 어렵다는 듯, 민주당 당명이 함께 인쇄된 기표란에 도장을 과연 찍을 수 있을지 자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만난 전 씨는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은데 차라리 김부겸이 찍어가 대구에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기 안 낫겠나 싶다"며 "국민의힘이 '도저히 이거는 아이다' 싶은데 막상 기표소에서 표를 찍을 때는 마음이 바뀔 수도 있겠다"고 털어놨다.

전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도 나간 경험이 있다. "예전에 내 돈 들여가 친구들이랑 차도 대절해가꼬 부산하고 대전에 전한길 씨가 하는 집회도 가고 막 이캤다"던 그는 "그 친구들 중에서도 치과의사 친구 한 명 빼고는 다 김부겸이로 돌아서뿟다"고 전했다.

현재 대구광역시장 선거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로 좁혀졌다. 한국리서치가 KBS 대구방송총국 의뢰로 지난 20~22일 대구 거주 만 18세 이상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조사에서 김 후보가 43%를 얻어 추 후보(26%)를 17%포인트(p) 앞섰다. 다만 해당 조사는 추 후보가 후보로 확정되기 전에 이뤄졌다.

이날 시민들의 입을 통해서 들은 대구 민심은 단순히 김 후보의 인물론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 갈등과 장동혁 대표 체제에 대한 누적된 실망, 그리고 침체된 지역 경제에 대한 박탈감이 임계점에 닿은 시점과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보수가 대구 경제 다 말아묵었다"

시민들은 국민의힘에 등을 돌린 우선적인 이유로 경제를 꼽았다. 평생 국민의힘만 찍어왔다는 60대 택시기사 김 모 씨는 "보수가 대구 경제 다 말아묵었잖아. 대구가 보수의 심장이 어떻고 캐도 찍어준들 뭐하노"라며 "내는 쭉 국힘 찍었는데 이번에는 고민 중"이라고 했다.

김 씨는 "예전 같으믄 민주당 후보들이 대통령 사진을 안 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랑 찍은 사진을 막 홍보하잖아. 김대중 노무현 때처럼 옛날 같으믄 대구서는 꿈도 못 꾸거든"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문시장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김유자 씨(60)는 "경제만 살린다 카믄 김부겸이든 추경호든 누군들 못 찍겠노"라며 "대구 토박이인 시집 간 우리 딸도 이번엔 김부겸이 뽑는다 카더라"고 했다.

대구의 가장 핫한 중심가인 동성로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26년째 옷가게를 하고 있다는 윤 모 씨(47)는 "국힘이 대구에 해준 게 뭐가 있노. 답답할 때 대구 와가 살리달라 캐가 살리주믄 뒤도 안 돌아보고 서울로 도망가뿌잖아"라며 "대구가 박근혜, 박근혜 카다가 쫄딱 망했다 아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문시장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 모 씨(61)는 "옛날에는 개가 와도 국힘이면 빨간색 보고 뽑았는데, 지금은 많이 돌아섰지"라면서도 "지금 다 돌아섰다, 느그 각성해라 이긴데, 막상 투표장 가믄 손이 국힘에 가지 싶어"라고 했다.

경로당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범어네거리에서 만난 송 모 씨(83)는 "할매들 요즘 돈 준다고 김부겸이 뽑으라 캐가 싸워뿐다"며 "김부겸이는 경북 상주라 내랑 동향인데도 민주당이라 안 좋아한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분노는 진영을 가리지 않았다. 전 씨는 "결단력이 너무 없잖아예. 끊을 거 끊고 이을 거 같으믄 이어야 되는데, 이것도 아이고 저것도 아이고"라고 말했고, 택시기사 김 모 씨도 "장동혁이가 대표 돼가 당이 안정될 줄 알았드만 쓸데없이 미국에나 가뿠다"고 비판했다.

"젊은 아들 김부걤 뽑아준다더라…깜짝 놀랐다"

반면 보수 분열로 4파전 가능성까지 거론됐으나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로 정리가 된 이후 보수층이 빠르게 결집하는 흐름도 목격됐다. 김 후보가 대구 수성갑 국회의원 시절 명절 때마다 찾았다는 수성구 신매시장에서는 오히려 김 후보 상승세에 대한 위기감이 감지됐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한 여성 상인은 처음에는 "민주당 아이가. 김부겸이 민주당으로 나오믄 아무도 안 찍어주지"라고 짧게만 답했다. 이 상인은 취재진이 자리를 뜬 뒤 별도로 전화를 걸어와 "민주당은 부정 선거가 많다"며 "이재명이 잘한다 카더라도 민주당을 찍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장 한 옷가게에서는 때아닌 탄식이 새어 나왔다. 장갑을 사러 들렀다는 50대 은행원 장 모 씨는 "우리 은행 젊은 아들이 다 김부겸이 준다 카더라"며 "깜짝 놀랬다. 미치겠다. 이거 망했다. 망했어"라고 토로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옷가게 주인 백 모 씨는 김 후보에 대해 "사람은 좋지. 그냥 이 동네 오믄 막걸리도 한 잔 하고 이런 사람이다. 훌륭하다"면서도 "지금 만약에 대구까지 다 내줘뿌리믄 정말로 문제 있잖아"라고 했다.

장 대표에 대해서는 "퍼뜩 사직해야 된다. 그 사람이 입만 띠믄 도움이 전혀 안 된다"고 일갈했다. 백 씨는 추 후보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진숙이보다 낫다"며 "경제통 아이가"라고 말했다.

추 후보의 지역구인 달성군에서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후임으로 올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달성군에 4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는 황의권 씨(61)는 대실역 인근을 지나가며 "투사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실질적으로 지금까지 보여준 역량이 있느냐"라며 "시장 선거에 연동되면 추경호한테 마이너스가 되지 않겠냐"라고 했다. 같은 거리에서 만난 60대 박 모 씨는 "이진숙이 안 나오면 투표하러 안 간다"고 짧게 말했다.

청년층은 무관심…"김부겸·추경호 몰라요"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세대별로 보면 추 후보가 김 후보를 앞선 연령대는 70세 이상(추 44%, 김 22%)이 유일했다. 30대(김 36%, 추 21%)와 50대(김 58%, 추 18%)에서 김 후보가 우세했고, 특히 40대에선 73% 대 11%로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60대(김 39%, 추 37%)는 박빙이었다.

한편 18~29세 응답자 중 김 후보(23%)와 추 후보(24%)는 사실상 동률이었고, 50%가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도 청년층은 별다른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 경북대에서 만난 전자공학과 23세 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다"며 대구시장 후보 이름조차 모른다고 했다. 그는 "취업할 기업이 별로 없어요. 다들 윗지방 올라가고 싶어한다"며 "기업을 많이 유치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학과 3학년 최 모 씨(25)는 보수 성향이라면서도 결정을 미뤘다. 그는 "김부겸·추경호 둘 다 잘 모른다. 시험기간이라 뉴스를 못 봤다"고 했다.


반면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경북대 교직원 임 모 씨(33)는 "지금 청년들 다 서울로 떠나고 2030 세대한테 선택지가 없다. 대구 안에 강성한 기업이 있냐고 물어보면 없는 것 같다"며 "정치 색깔을 떠나서 실용적인 부분이 필요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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