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60대 여성 뇌에서 기생충 발견, '이것' 먹었다가... 소름

2026.03.03 05:20  


[파이낸셜뉴스] 거주지 인근에서 채취한 야생 채소를 섭취한 이후 장기간에 걸쳐 폐 감염과 장기 손상, 아예 기억상실 증세까지 보인 60대 여성의 사례가 보고됐다. 원인은 지금까지 인간 감염 사례가 전무했던 희귀 기생충으로 확인됐다.

최근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 거주하는 64세 여성은 3주 동안 이어진 복통과 설사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이와 함께 지속적인 마른기침과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도 동반됐다.

의료진, 희귀 질환 호산구성 폐렴으로 진단


폐 컴퓨터단층(CT) 촬영 결과, 폐 조직이 두꺼워지면서 뿌옇게 변한 부위가 포착됐다. 이는 염증이나 감염으로 인해 공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체액이나 고름, 혹은 백혈구가 차올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간과 비장에서도 조직 손상이 확인됐다.

의료진이 폐에서 채취한 체액을 분석한 결과, 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의료진은 희귀 질환인 호산구성 폐렴으로 진단하고 스테로이드제인 프레드니솔론을 매일 처방했다. 이후 증상은 어느 정도 완화되는 듯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는 호전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자는 프레드니솔론을 꾸준히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3주 뒤 기침과 발열 증상이 재발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장기의 병변 역시 그대로 남아 있었다.

추가적인 검사 과정에서도 호흡기 증상을 일으킨 명확한 원인은 좀처럼 파악되지 않았다. 조직 배양 검사 결과 세균이나 곰팡이 감염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혈액 검사와 대변 검사에서도 기생충 항체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료진이 기생충 감염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는 환자가 증상 발생 전 방문했던 국가들이 기생충 감염이 빈번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뚜렷한 증거는 없었으나 의료진은 구충제인 이버멕틴을 함께 처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우울감 찾아오고 아예 기억상실 증상까지


하지만 호흡기 증상은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프레드니솔론 투여량을 줄이면 오히려 상태가 악화되는 상황이 수개월간 반복됐다.

이런 가운데 처음 병원을 방문한 지 1년이 지나도록 차도가 없던 상황에서 환자에게는 우울감이 찾아왔고, 아예 기억상실 증상까지 나타났다.

결국 의료진은 뇌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우측 전두엽에서 병변이 확인됐다. 이후 뇌 조직검사를 진행한 결과, 병변 내부에서 ‘실 같은 구조물’이 포착됐다. 이는 살아 움직이는 기생충이었다. 선홍색을 띤 이 기생충은 길이가 약 80㎜, 굵기가 약 1㎜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진은 전두엽에서 기생충을 제거한 뒤 인근 조직을 추가로 살폈으나, 다행히 다른 기생충은 발견되지 않았다.

폐 간 병변 소멸…백혈구 수치도 정상화


조직검사 이후 이틀간 구충제 이버멕틴을 투여했으며, 장기 내 잔존 가능성이 있는 기생충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광범위 구충제인 알벤다졸을 4주 동안 병행 처방했다. 또한 추가적인 염증 발생을 억제하고자 덱사메타손을 10주간 투여했다.

수술을 마친 지 6개월, 덱사메타손 투여가 종료된 지 3개월이 흐른 시점에서 환자의 폐와 간 병변은 소멸됐으며 백혈구 수치도 정상화됐다. 신경정신과적 증상 역시 개선됐다.

이번 사례가 학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환자 몸에서 발견된 기생충이 인간 감염 사례로 보고된 적이 없는 종류였기 때문이다. 해당 기생충은 호주에 서식하는 기생성 선충 ‘오피다스카리스 로베르치’의 3령 유충으로 확인됐다. 보통 성충은 카펫비단뱀에 기생하며, 유충 단계에서 다른 동물을 감염시키기도 한다.

카펫비단뱀은 환자가 거주하던 호숫가 집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었다. 환자는 뱀과 직접 접촉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 주변에서 야생 채소를 자주 채취해 먹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의료진은 환자가 기생충 알에 오염된 식물을 만지거나 이를 섭취하는 과정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한편 관련 보고에 따르면 이 기생충 유충은 실험용 쥐의 몸속에서 4년 넘게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사례 이전까지 인간이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으며, 숙주의 뇌에서 발견된 경우도 처음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