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개그맨 김수용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던 때를 회상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김수용이 출연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김수용은 "일어났는데 가슴이 뻐근했다. 담 결리듯, 가슴을 쥐어짜는 느낌이었다. '잘못 잤나?' 싶었다. 담 결린 줄 알고 파스를 붙였다"라며 쓰러지던 날 아침을 떠올렸다.
그는 "가슴이 아프다고 하니까 아내가 '병원 가라'고 했는데, 근육통이라고 생각했다. 아내가 쿨 파스, 핫 파스를 가져왔다. 핫은 뜨거울 거 같아서 쿨 파스를 가슴 가운데에 붙였다. 밥을 먹고 (유튜브 촬영지인) 가평에 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숙과 (촬영)하는 건 논다고 생각해 매니저 없이 갔다. 집에서 가평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1시간 쯤 운전하는데 가슴이 너무 뻐근하더라. 휴게소에 들어가서 의자를 뒤로 젖히고 한 20분 누워 있었다. 파스 냄새가 너무 코를 찌르고 눈이 시려서 떼어 버렸다. 파스를 떼니까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라고 덧붙였다.
촬영장에 1시간 일찍 도착했다는 김수용은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보니 가슴이 콕콕 찌르더라. 김숙에게 말하니 '병원에 가라'라고 하더라. 김숙 매니저가 날 태우고 동네 내과에 갔다.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가슴이 아플 수 있느냐'라고 물어봤더니 그럴 수 있다더라. 그런 말을 안 했어야 하는데 건강검진 때 나왔던 역류성 식도염 같다고 얘기한 거다. 식도염 약을 처방받고 심전도 검사도 했는데 '큰 병원에 가라'라고 했다. '촬영 2시간이면 하니까 끝나고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촬영장에 복귀해 흡연을 했다는 그는 "연초를 한 대 피웠다. 그날따라 담배 맛이 너무 쓰더라. 담배를 끄고 잔디밭으로 걸어갔고, 임형준과 인사했다. 거기까지가 내 기억"이라며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더니 쓰러졌다고 하더라. 다행히 잔디밭이었다. 119 빨리 신고하고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임형준과 김숙 매니저가 번갈아 가면서 했다더라"라고 설명했다.
MC 유재석은 "임형준이 평소 협심증을 앓아 약을 목걸이에 들고 다닌다"라고 전했다. 김수용은 "자기 알약을 내 입에 넣었다고 하더라. 그걸로 내가 살아난 것일 수도 있다"라며 고마워했다.
이어 "내 혀가 막 말렸다고 했다. 김숙이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혀를 붙잡고 있었다. 8~9분 만에 구급대원이 왔다. 구급차가 두 대가 왔는데, 한 대가 고장이 났다. 다행히 내가 안 탄 차였다. 그것만 봐도 다행 아니냐. 천운이다"라고 말했다.
김수용은 "제세동기(심장충격기) 7번을 해도 (20분간 심장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더라. 응급 매뉴얼이 있나 보다. 심장이 안 돌아오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더라. 신고까지 했다. 춘천에 있는 영안실로 가면서도 119 구급대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처치를 해줬다. 그때 딱 의식이 돌아와 목적지를 변경했다. 춘천 병원은 영안실이었고, 구리 병원은 살아나서 치료 받기 위해 가는 곳이었다. 차를 돌려서 급하게 갔다"고 털어놨다.
김수용은 의식이 돌아왔을 당시에 대해서는 "또렷이 기억이 안 난다. 물 속에 들어가면 귀가 먹먹하지 않나. 그런 소리가 들린다.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내가 잠들면 의식을 잃을까 봐 '어딘지 아세요? 이름이 뭐예요?'라며 계속 말을 시켰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 하더라. '저 교통사고 났나요?'라며 물었다고 하더라. 섬망 증세로 같은 질문을 서너번 반복했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에 있다는 건 사고가 났구나 싶었다. 엄지발가락, 손을 움직여 봤다. 새로 산 점퍼를 입고 갔는데 비싼 점퍼였다. 그게 생각이 나서 '점퍼는 어딨냐'고 찾았다. 가위로 잘라 너덜너덜해졌더라. 세탁소에 수선 맡겨놨다. 난 입을 거다. 날 다시 태어나게 해준 옷이니까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김수용은 "정신이 돌아오니까 여기가 중환자실이라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섬망으로 울부짖는 분, 돌아가시는 분도 계셨다. 그런 모습을 눈 앞에서 보고 있으니까 삶과 죽음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 내가 죽었으면 너무 허무했을 것 같다. 서서히 아파오면서 죽는 게 아니라 돌연사? 누구에게나 이런 일이 오는 구나. 난 정말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을 만만하게 생각했던 거 같다. 음식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다 먹고 담배도 피우고 운동도 제대로 안 하고. 이번 기회에 정신 제대로 차렸다"라고 덧붙였다.
김수용은 "의사가 20분 심정지에서 돌아온 것도 기적이지만, 너무 멀쩡해서 놀랍다더라. 마비가 오거나 말이 어눌해질 수 있다더라"라며 기적적인 회복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