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5월 중국의 황금 연휴 기간 홍콩으로 향한 상하이 출신의 원원한과 피피탕은 새벽 시간 공항에 내렸다. 그들은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
공항에서 샤워를 한 뒤, 오전 6시부터 밤늦게까지 홍콩의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빡빡한 여행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었다. 호텔로 가는 일정은 없었다.
홍콩에서 보낸 48시간 동안 이들은 14개 목적지를 방문했다. 쓴 돈은 약 360달러(약 51만8000원)였다. 중국 Z세대 여행객들은 이런 여행을 '특수부대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최근 데일리메일, 호주방송공사, ABC 뉴스 등 외신은 이 같은 '특수부대 여행'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고 "군대의 효율성, 인내심, 강렬함에서 영감을 받아 짧고 저렴한 여행으로 최대한 많은 관광 명소를 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원원한과 피피탕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특수부대 여행' 방식은 짧은 일정에 가능한 한 많은 명소를 소화하고, 비용과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숙박비가 비싼 도시를 찾았을 때 선호되는 여행 방식이다.
호텔 숙박비를 절약하기 위한 방법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기도 했다. 바로 24시간 운영하는 맥도날드 매장 취침이다. 지난 5월 홍콩에선 일부 중국인 관광객이 맥도날드 매장에서 밤을 보내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데일리메일과 인터뷰한 중국 관광객 차이 씨는 이 방법으로 2박 3일 홍콩 여행 경비를 약 106달러(약 15만 원)로 줄였다고 밝히면서도 단점도 소개했다.
그는 “휴가철이라 호텔 가격이 너무 비쌌다. 하루는 맥도날드에서 자고, 하루는 저렴한 숙소를 이용했다”면서도 “맥도날드에서 잠을 자보려 했지만, 불안해서 거의 잠들지 못했다. 다시는 그렇게 여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민폐 관광’에 홍콩 현지 주민들의 비판도 제기됐다.
한 홍콩 주민은 “공공장소에서 잠을 자는 것은 품위가 떨어진다.
실제 홍콩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2550만명의 중국 본토 관광객이 홍콩을 방문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증가했지만, '특수부대 여행'의 트렌드 탓에 관광 수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인구조사통계국은 2025년 첫 8개월 동안 총 소매 매출은 2451억 홍콩달러(488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