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퇴근 후 호스트바 선수로 일한 직장인 "마담이 찾으면..."

2025.10.27 04:50  

[파이낸셜뉴스]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퇴근 후 호스트바에서 일하느라 무단 결근과 근태 불량을 일삼던 직원이 해고를 피하기 위해 '산재 요양'을 신청하는 꼼수를 썼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지난 6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22년 11월 대기업 제약사에 입사해 고객서비스(CS)팀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A씨는 2023년 5월부터 11월까지 약 6개월 동안 퇴근 후 서울의 한 호스트바에서 ‘술자리 알선 및 동석’을 반복했다.

A씨는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는 일을 하다보니 잦은 지각과 결근도 이어졌다. 지각이 잦아지며 상사로부터 지적을 받은 A씨는 “앞으로 근태를 개선하겠다”며 ‘사실관계 확인서 및 서약서’를 제출했지만 불과 일주일 뒤 다시 무단결근이 시작됐고 5일동안 회사를 나오지 않기도 했다.

회사 팀장은 "A씨는 무단결근을 하더니 '알코올 문제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소견서만 덜렁 보내는 등 불성실한 근무태도는 이어졌다"면서 "또한 근무 중 자주 졸거나 보건실에서 장시간 잠을 잤으며, 시말서를 쓰고 기본적 업무를 체크하라는 지시사항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급기야 A씨가 야근 후 귀가용으로 지급된 심야택시비를 호스트바 출근을 위해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호스트바에서 근무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팀장과의 면담 자리에서나 직원들에게 "새벽 5시까지 손님들과 술을 마셔야 한다", "마담이 찾으면 가야 한다", "나는 선수다. 지명 순위가 높다", "수수료 떼고 시간당 3만 원 받는다" 는 등의 말을 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결국 회사는 2023년 12월 △근태불량 △야간 겸업 △회사비용 사적사용 △근무태만 △지시불이행 △허위보고 등 6가지 이유로 A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질병상 요양' 중 해고 부당"..중앙노동위 상대 행정 소송 제기


이에 A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지만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정이 나오자 중앙노동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자신이 업무상 재해로 인해 '질병상 요양' 중이었기 때문에 그 기간 중 해고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는 11월 10일 발목을 다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고, 이후 ‘좌측 발목 염좌 및 긴장’ 진단으로 통원치료 15일의 요양승인을 받는 '꼼수'를 썼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간은 해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A씨는 '적응장애'에 걸렸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는 병가 중에도 사우나를 다니거나 외부 활동을 했고, 같은 달 20~23일에는 회사에도 출근하는 등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적응 장애' 진단을 받고 통원 치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추후 지속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와 경과 관찰 필요하다’는 소견만 있을 뿐 입원 치료나 휴업을 할 정도로 노동력이 상실된 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밖에 '본업에 지장을 주는 야간 겸업 행위'라는 징계 사유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반복되는 근태 불량으로 동료 직원들에 피해를 줬고 야간 겸업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 질서도 훼손됐다"며 "게다가 호스트바 겸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한 동료 여직원들을 상대로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해 가해자로 조사 받게 하는 등 사내 질서나 조직 문화에도 악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