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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믹스 릴리 "韓 몰랐던 호주 친구들…K팝이 바꿨죠" ①

2025.10.12 07:00  
엔믹스 릴리 /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엔믹스 릴리 /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엔믹스 릴리 /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편집자주]요즘 K팝 아이돌 그룹에서 외국인 멤버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K팝 그룹들이 이젠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타깃으로 하면서 이른바 '바다 건너온' 멤버들은 팀 구성의 '필수 조건'이 됐을 정도죠. 성공의 꿈을 안고 낯선 한국 땅을 찾은 외국인 멤버들은 과연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현재를 지내고 있을까요? [물 건너온 아이돌] 코너를 통해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지난 2014년 SBS 'K팝 스타' 시즌4에 출연해 당시 심사위원 유희열, 양현석, 박진영의 귀를 사로잡았던 12살 소녀가 있었다. 'K팝 스타' 시즌4에서 최종 4위에 오른 후 JYP엔터테인먼트로 들어가 약 8년의 연습생 생활을 거치고 걸그룹 엔믹스로 진정한 K팝 스타가 된 릴리(22)의 이야기다.

호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랐던 릴리에게 K팝은 늘 가까이에 있었다. 어머니를 통해 K콘텐츠를 늘 가깝게 했으며, 어린 시절부터 가수의 꿈을 키워왔다. 호주에서의 산불로 잠시 한국에 왔을 때에는 키즈 모델로도 활동했고, 영어 교육 프로그램 '잉글리시 에그'에 출연한 영상은 여전히 많은 팬들에게 회자되는 릴리의 어린 시절 모습이기도 하다.

릴리는 가수의 꿈을 키우다 'K팝 스타' 시즌4의 인연으로JYP엔터테인먼트(035900)에 들어와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진정한 'K팝 스타'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그렇게 8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2022년 엔믹스로 데뷔한 릴리는, 팬들 사이에서는 귀여운 매력 가득한 '가창력 멤버'로, 대중들에게는 '믿고 보는 가수'로 성장하면서 K팝 신에 자신의 영역을 확고하게 굳혀 나가고 있다.

어린 시절 호주에서 자라 한국어가 서툴었지만 멤버들의 도움 덕분에 한국어를 잘할 수 있게 됐다는 릴리를 뉴스1이 만났다. 특유의 억양으로 "안녕하세요, 엔믹스 릴리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넨 릴리에게는 유머러스한 면과 더불어 자신의 꿈을 향한 단단함이 동시에 묻어 나왔다.
13일 엔믹스의 첫 정규 '블루 밸런타인'(Blue Valentine) 발매를 앞두고 컴백 준비에 열중하고 있던 릴리가 풀어놓는 K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엄마가 한국 사람, 아빠가 호주 사람, 호주에서 태어난 엔믹스의 릴리입니다. 저희가 그룹 내에서 공식적인 역할은 따로 없지만, 아무래도 보컬 쪽을 맡고 있는 맏언니입니다.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고, 데뷔까지 이르게 된 과정을 듣고 싶어요.

▶어렸을 때는 호주에서 자라다가 제가 살던 마을에 산불이 나서 부모님이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되지?' 고민하다가 엄마의 고향으로 가서 새로운 시작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한국에 오셨어요. 부모님도 여러 가지 일을 하시고 저도 조금 새로운 체험들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모델일도 하고 '잉글리시 에그'에도 나오고 하다가 부모님이 호주로 다시 가기로 결정을 해서 저도 돌아가서 학교를 다녔어요. 그러다 'K팝 스타'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겨서 좋은 기회로 JYP로 들어오게 됐어요.

-'K팝 스타' 시즌4 이후에 오랜 기간 연습생 생활을 했는데, 그 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일단은 저는 되게 많이 컬쳐 쇼크이기는 했어요. 언어도 그렇지만 그냥 모든 게 새로웠어요. 그래도 처음에 들어왔을 때 주변 트레이너 언니, 오빠들이나 다른 연습생들에게 정말 많이 의지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조금 적응이 어려웠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깐 잘 적응을 해서 열심히 계속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K팝 문화를 처음에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

▶어릴 때 저는 엄마를 통해서 K팝 문화를 제일 많이 접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엄마가 '릴리야 요즘에 진짜 뜨는 가수가 있어, 봐봐'라고 하시면서 소녀시대 선배님, 엑소 선배님을 그때도 엄청 많이 보여줬어요. 그리고 '강남스타일'이 나왔을 때가 진짜 신기했어요. 왜냐하면 그전까지는 '사우스 코리아'라고 하면 제 호주 친구들이 어리니깐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는데, '강남스타일' 나왔을 때는 제 친구들이 막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우는 거예요. 제가 진짜 작은 마을에서 자랐는데도 주위에 '강남스타일'을 정말 많이 불렀기 때문에 너무 신기했어요.

-처음에 K팝 가수의 꿈을 꾸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처음으로 '무조건 K팝 하고 싶다'고 느껴졌던 순간은 연습생 때였는데요. 2PM 선배님 콘서트를 갈 수 있게 된 좋은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되게 울컥했었어요. 왜냐하면 주위에 팬분들이 다 함께 떼창 해주고 너무 재밌게 즐기는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고 너무 재밌었는데, 나도 이런 콘서트 진짜 무조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엄청 들었어요.

-'K팝 스타'는 어떻게 나가게 된 것이었나요.

▶그때 꿈은 가수였는데 엄마가 호주에 살면서도 K팝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K드라마나 예능도 엄청 자주 봤어요. 엄마가 그걸 보다가 갑자기 시드니에서 오디션을 한다고 해서 그때는 제가 확실한 가수의 꿈이 있었으니깐 부모님이 안되더라도 그냥 해보자고 해서 나가게 됐어요. 저도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하면서 오디션을 봤어요.

-그렇게 출연한 'K팝 스타'에서 많이 주목을 받았는데 어땠나요.

▶솔직히 그때는 많이 어려서 엄청 깊게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먼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현실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때 시기에는 엄청 기뻤죠. 저는 다른 참가자분들에 비해서 어렸으니깐 그렇게까지 노래를 잘 부른다고 생각 안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생가보다 되게 높게 올라갈 수 있어 되게 신기했어요. 덕분에 자신감이 더 생겼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어머니와도 거의 영어로 소통을 했다고 하는데, 한국말 배울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한국말 배웠을 때 말하기는 어느 정도 저에게는 조금 빠르게 다가왔었는데 문법이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또 대화에서 잘 안 쓰는 어려운 단어들, 그런 게 좀 어려웠어요. 조금 헷갈렸던 건 'ㅐ'인지 'ㅔ'인지도 어려웠고, 또 띄어쓰기도 어려웠어요. 학교 다녔을 때는 약간 교과서에 나오는 어려운 단어들을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어요.

-오랜 연습생 생활 후 엔믹스로 데뷔를 한다고 했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나요.

▶사실 연습생 때는 내가 언제 정확하게 대비를 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그러던 상태에서 확신이 생기니깐 너무 속이 시원하고 좋은 거예요. 그전까지는 잘하고 있다고 혼자서는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그 노력이 데뷔로 이어질지 몰랐지만 확신이 생겨서 너무 좋았어요.

-지금도 K팝의 꿈을 꾸는 또 다른 물 건너온 연습생들이 있을 텐데 어떤 위로나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나요.

▶너무 힘드시겠지만, 꼭 주위에 많이 의지하고 좋은 친구들의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고향만큼의 느낌은 안 들 수도 있겠지만 나의 또 다른 집이라는 느낌이 날 수 있게 노력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 진짜 아름다운 나라이고, 어디를 가도 사랑을 찾을 수 있는 곳이에요.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도 너무 친절하시니깐 이 나라에서도 고향 같은 느낌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 건너온 아이돌】 엔믹스 릴리 편 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