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종아동 가족들의 그리움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명절을 맞아 가족이 모이기는커녕 자식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게 수십년이다. 실종아동 가족들은 언제 올지 모를 소식을 기다리며 명절을 견디고 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사라진 지 5년이 넘은 장기 실종아동은 1169명으로 나타났다. 기간별로 보면 20년 이상 실종아동이 1119명으로 전체의 95.7%에 달했다. 이 외에 10~20년은 34명, 5~10년은 16명 있었다. 1~5년과 1년 미만은 각각 23명, 63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수만건의 아동실종 신고가 접수되지만 대다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지난해만 해도 아동실종 신고 2만5992건 중 2만5602건은 해제됐다. 실종아동 중 99.6%가 발견된 것이다.
미해제 실종 신고는 12건 있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앞선 3년간 아동 실종 신고 미해제 건수는 △2021년 2건 △2022년 8건 △2023년 6건으로 한자릿수로 줄은 상태다.
수사 기법이 발전하면서 실종아동은 감소하고 있으나 수십년전 사라진 장기 실종아동을 찾는 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른다.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실종자가 스스로 가족을 찾는 것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실종아동의 가족들은 사실상 기다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명절이 다가오면 실종 아동의 가족들은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진다.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화목한 명절 풍경은 남의 일 같다는 게 공통된 이야기다.
30여년 전 대구 남구에서 딸 이다은씨(현재 나이 37세)를 잃어버린 장원자씨는 "명절을 행복하게 보내본 기억이 없다"라며 "최근에 다은이 생일이 있어서 뜨개질로 가방을 하나 떠 놓았는데 마음만 허탈해져 옷장에 넣어놨다"고 전했다. 이씨는 실종 당시 왼쪽 소목에 희미한 점이 있고 등과 팔에 흰점이 있었다.
40여년 전 실종된 동생 양승우씨(현재 나이 47세)를 찾고 있는 양유진씨는 "7년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임종 때도 동생을 찾으며 눈을 편히 감지 못하셨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승우를 찾아 명절을 함께 보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이 남는다"고 말했다. 양씨는 서울 종로구에서 3세 때 실종됐으며 쌍꺼풀이 없고 약간 안짱다리였다는 특징이 있다.
경찰은 아동 실종에 대비해 사전에 지문과 얼굴 사진 등을 등록하는 실종예방 사전등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실종자 발생 시에는 실종아동의 정보가 담긴 경보문자를 송출해 제보를 유도한다.
최근에는 민간기업과 협업해 실종 예방 정책을 알리고 있다. 실종자 수색은 제보가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참여 범위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현대해상은 실종경보 문자 참여를 독려하는 공익광고를 제작하고, 당근마켓은 동네생활정보 게시판에 실종경보문자 정보를 자동 게재하고 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