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스페인 여행 중 렌터카를 빌렸다가 차량 안에 둔 짐을 도난 당해 난감한 상황에 처했던 한국인 여행객의 유튜브 영상이 화제다. 도난도 도난이지만, 영상을 본 사람들을 화나게 한 건 도난 사고에 대응하는 수사 당국과 렌터카 업체의 태도였다.
유튜버 ‘물만난고기’가 지난 8일 공개한 ‘악명 높은 바르셀로나에서 전재산을 털렸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온 지 20여일이 됐는데도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다.
유튜버는 "유럽 여행 중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나름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결국 이런 일을 겪고 말았다"면서 "사건 현장과 처리 과정을 영상에 모두 담았으니 혹시 여행을 준비하거나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영상 공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영상 보시는 모든 분들이 언제나 안전하게 여행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상은 26일 현재 조회수 10만8800회를 기록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모든 걸 털렸다
유튜버의 도난 사고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해 12월 24일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프랑스 파리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동해 렌터카를 빌린 뒤 여러 지역을 돌기 위해 필요한 물품을 사려고 들른 한 대형 쇼핑몰 주차장이다.
쇼핑 후 30여분 뒤 주차장으로 돌아온 유튜버는 예상치 못한 장면을 목격했다. 렌터카 창문은 산산조각 나있었고 차 안에 있던 여행가방과 그 밖의 짐은 모두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나름 자물쇠로 여행가방을 차 안에 단단히 고정시켜 놨지만, 절도범들은 가방 손잡이를 잘라낸 후 가져갔다. 차량 바로 앞에 폐쇄회로(CC)TV가 있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은 듯 보였다.
유튜버의 요청으로 현장에 온 쇼핑몰 측 관계자는 “다음에 또 올 때는 차 안에 짐을 절대 두고 (쇼핑을) 가지 말라”는 말과 함께 현지 경찰에 제출할 진술서 작성을 도와준 뒤 담당 직원 사인을 해줬다.
바르셀로나의 치안 상황은 인근 경찰서에서 제대로 확인했다. 경찰서에는 이미 유튜버와 같은 이유로 온 일본인, 중국인 피해자들이 있었다.
일본인 일행 중 딸은 “길에서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엄마의 가방을 훔쳐갔다”고 말했다. 가방 안엔 여권, 현금, 신용카드 등이 모두 들어 있었다고도 했다.
중국인 남성은 “길에 서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었고 갑자기 다른 사람이 어디선가 나타나 손목을 잡더니 1300유로(약 215만원)짜리 시계를 뺏어갔다”고 전했다.
도난보다 힘들게 한 것
가뜩이나 도난 사고로 힘든 유튜버에게 더 힘든 상황들이 이때부터 발생했다.
2시간 기다린 끝에 만나게 된 영어를 할 줄 아는 담당 경찰관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렌터카 내 물품 절도를 대수롭지 않은 듯 얘기했다.
이 경찰은 “스페인에서는 흔한 일이다. 프랑스에서 온 가족도 렌터카 창문이 다 부서지고 짐이 다 사라졌다고 조금 전 신고하고 갔다”고 전하기도 했다.
쇼핑몰 주차장 CCTV도 볼 수 없었다. 경찰관은 "재판을 하게 되면 판사가 CCTV를 요청할 것이고 거기서 뭔가를 발견하면 범인을 추적할 것"이라는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해결되진 않는다. 너무 많은 사건이 있다”는 말과 함께 퇴근 시간에 맞춰 퇴근했다.
차량 반납도 쉽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기간 내내 렌터카 업체는 영업을 하지 않아 유튜버는 며칠 뒤에야 교체 또는 환불 요청을 하러 갈 수 있었다. 업체에 가보니 또 다른 피해 차량이 창문이 부서진 채 세워져 있었다.
무엇보다 차량 교체를 원하는 유튜버에게 업체 직원은 “차가 없다. 다른 지점에 가보라”고 했고 환불 요청에 큰 소리로 화를 내더니 경찰까지 불렀다.
경찰이 신고 내용을 확인한 뒤 직원에게 ‘차를 왜 안 준 거냐’고 말하고 나서야 없다던 새 렌터카를 빌려줬다. 이 과정은 영상 없이 자막으로 설명했다. 경찰이 해당 영상을 삭제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상황을 정리하고 경찰이 떠난 뒤 새로운 문제도 발생했다. 유튜버가 받은 새 렌터카는 운전석 옆 스크린이 고장 나 작동되지 않았다.
유튜버는 “일부러 고장 난 차를 준 것 같다. 직원한테 고장 났다고 얘기했더니 ‘나가서 얘기하자. 일단 나가라’ 해서 업체 밖으로 나와서 기다리는데, 직원이 자전거 타고 나와서는 ‘그거 돼’라고 비웃으면서 말하더니 가버렸다. 경찰이 있을 때만 친절했다”고 말했다.
결국 고장 난 렌터카는 공항 지점까지 이동한 뒤에야 반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현장 결제한 보험료는 일부 환불 받았고 온라인으로 중개업체를 통해 결제한 렌터카 비용은 한국에 돌아온 뒤 수많은 이메일을 주고 받은 끝에 돌려받았다.
모든 게 마무리된 듯 보였는데 한 달 뒤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 사실도 전했다. 유튜버는 렌터카에서 환불받은 금액의 2배가 재결제됐다고 했다. 고객센터는 답이 없고 카드사는 해외 렌터카 업체를 빌릴 때 빈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유튜버는 해외 결제 분쟁소송 끝에 60일쯤 지난 후에야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도 알렸다.
렌터카는 범행 표적, 무조건 조심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1000개 가까운 댓글을 달며 공감하는가 하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범인 찾는 절차가 관광객 대상 도둑질을 장려한다”, “렌터카에는 위치정보시스템(GPS)이 있다. 업체랑 도둑들이 짜고 GPS 정보 공유하는 것 같다”, "경찰은 왜 존재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등 현지 치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렌터카를 이용할 때 도난사고를 조심하라는 의견들도 많았다.
“유럽 여행하면 차량털이 도난사고 비일비재하다”, "유럽 여행하면서 렌트나 리스를 하면 차량 털이 도난 사고는 비일비재하다. 차량을 놔 둘 때는 신문지 한 조각이라도 놔두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주스페인 한국대사관도 홈페이지에 ‘렌터카 이용 시 절도 주의 안내’가 올라와 있다.
주바르셀로나 총영사관은 “바르셀로나에서 렌터카를 이용한 여행 도중 소지품을 절도당하는 사례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숙지 사항도 안내하고 있다.
렌터카 주 고객층은 관광객이다 보니 범죄 표적이 되기 쉽고 한국과 달리 대부분 차량이 블랙박스를 사용하지 않아 범행 증거 확보 및 범인 검거가 어렵다고 했다.
타이어 펑크 등 차량에 문제가 있다고 접근하는 등 낯선 사람들은 경계하는 게 좋고 부득이하게 차를 세우게 되면 주유소·휴게소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정차해야 하고 차량 안에 물건이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