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래퍼 머쉬베놈이 3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지난달 21일 발매한 정규 1집 '얼'을 통해서다. 지난 2022년 9월 발표한 싱글 '안될것도 되게 하래서 되게 했더니만 됐다고 하네' 이후로는 3년 만이지만, 2020년 방송된 엠넷 '쇼미더머니' 시즌9 준우승 이후로는 5년 만이고, 2019년 데뷔 싱글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냐' 후로는 무려 6년 만에 내놓은 첫 정규다. 그가 이번 앨범 '얼'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는지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돌림판 (feat.신빠람 이박사)'은 등장과 동시에 힙합신을 비롯해 대중들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돌림판'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지난 10일 250만뷰를 넘어섰고, 아이돌들을 제치고 한국 유튜브 인기 뮤직비디오 순위 1위를 기록한 후 계속해 5위권 이내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피처링을 맡은 이박사의 과거 음악도 이 효과를 보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는 추세다.
이외에도 거북이가 피처링을 맡은 '오랫동안', 코요태 피처링의 '오토매틱' 등 1990년대와 200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들이 앨범을 수놓는다. 여기에 '띵띵땡뗑' '날다람쥐' '빠에' '오늘날' '모나리자' '얼' 등에서는 실험적인 사운드들이 펼쳐진다. 대중성과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곡 구성들이 귀를 사로잡는다.
데뷔 후 6년의 시간이 지나 내놓은 정규 1집으로 "계급장 떼고 제대로 붙어보고 싶었다"는 머쉬베놈. 그를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만났다. 오프라인을 통한 앨범 프로모션으로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머쉬베놈을 만나 그가 만들어낸 '얼'과, 그 속에 녹인 독보적이면서도 개성있는 음악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쇼미더머니9' 준우승 후 약 5년 만에 내는 앨범인데,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작업 과정이 어떻게 됐나.
▶우선 첫째로 같이 하는 프로듀서랑 합을 맞추면서 음악적인 색깔이나 성향들이 많이 달라졌던 것 같다. 그전에는 제가 원래 구수한 걸 고수하다가 이번 앨범에서는 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그래야 좀 더 사람들한테도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 색깔을 찾느라 시간이 걸렸다.
-첫 정규의 주제를 '얼'로 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이게 저의 삶, 또 뭔가 국가적인 것에 대해서 항상 말을 하고 싶었는데 한국의 정서를 제일 많이 담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했다. 흥도 있고,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뭔가 얼이라는 단어 하나가 이걸 뜻할 수 있겠다 싶어 앨범의 주제로 정하게 됐다.
-이번 앨범은 이박사, 거북이, 코요태의 피처링을 통해서 1980년대부터 2000년대의 한국음악에 대한 오마주도 눈길을 끌었는데, 어떤 걸 표현하고 싶었나.
▶일단은 1980년대, 90년대, 2000년대의 사운드를 가져오고 싶었다. 제가 어릴 적에 그런 노래를 많이 들었다. 코요태 선배님, 거북이 선배님, 이박사 선생님은 워낙 유명하신 분들이었고, 제가 어렸을 때 들었던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런 사운드를 직접 만들어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제가 유년 시절 때 선배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결국에는 앨범을 통해 저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
-결국 한국의 얼이자 머쉬베놈의 얼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가.
▶다 어느 정도 그런 연관성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요즘엔 정말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지만, 이번 피처링진이 저랑 했을 때 어울릴 수 있고, '얘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구나'라는 것들을 좀 보여주고 싶었다.
-이박사가 피처링한 '돌림판'은 어떻게 만들게 된 곡인가.
▶사실 이번 앨범의 2번 트랙 '몰러유'에도 잘 들어보면 이박사 선생님이 더블링이 하신 부분이 있다. 원래는 '몰러유'의 3절 부분에서 이박사 선생님이 벌스를 하시는 걸로 계획했는데 뭔가 이 곡에서 푸는 것보다 다른 곡으로 더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돌림판'이라는 곡은 제가 예전에 훅만 짜 놓고 놔둔 노래였는데, 다시 꺼내서 작업을 했고, 이 앨범 막바지에 만든 곡들 중 하나였다. 어떻게 보면 가장 최근에 만든 곡이다.
-'돌림판'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런 인기를 예상했었나.
▶진짜 이 정도까지일지는 생각 못 했다. 어느 정도는 사람들이 재밌어하겠다는 걸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모든 것들의 흐름에는 계획을 한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고 뭔가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 이박사 선생님도 예전에 하셨던 음악 사운드나 BPM 등이 시의적절하게 지금과 잘 맞아떨어져서 이렇게 사람들이 크게 반응해 주시는 것 같다.
-'돌림판'이 나오고 나서 이박사의 과거 음악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기도 한데, 같이 작업을 하면서 이박사의 선구적인 스타일에 인상을 받은 부분이 있나.
▶일단 다른 걸 떠나서 정말 목소리가 타고 나셨구나를 매번 느낀다. 예를 들면 흑인이 랩을 하면 타고난 목소리의 저음이 단단하게 들리는 것처럼, 이박사 선생님은 목소리의 톤이 동양인 톤의 최고 버전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 것 같다. 일단 귀에 박히는 게 다르다. 저는 그게 진짜 재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또 연세가 지금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아직도 그런 톤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대단하신 것 같다.
-곡이 공개가 되고 나서는 과연 이 곡을 라이브로 선보일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는데, 라이브 공연을 예정하고 있는 게 있나.
▶라이브 계획은 당연히 있고, 저는 가능하다.(웃음) 선생님도 바쁘셔서 자주 보는 건 아닌데 연습을 해서 좋은 그림을 만들고 싶긴 하다. 일단 어딘가에 한 번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제가 한 번도 나가지 않은 무대에서 하고 싶은데, 뭔가 대중들이 볼 수 있는 공중파 방송에 나가고 싶다. 사람들이 보고 '뭐지? 얘네가 왜 여기 있지?' 싶은 방송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일단 뭔가 하다 보니깐 저는 늘 재밌는 걸 좇게 되더라. 어차피 한 번 살다 가는 인생, 남들이 안 하는 것, 그리고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자는 마인드다.
-최근 돌림판을 돌려서 나오는 곳으로 찾아가는 콘텐츠를 하고 있기도 한데, 이런 프로모션도 정말 머쉬베놈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 행보이지 않나.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건가.
▶온라인이 많이 발달하고 인터넷 시대가 많이 발달했는데, 일단 지금은 너무 많은 아티스트와 스타가 있으니 내가 그 사이에서 설득력과 힘을 가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럼 나는 오프라인으로 가자'라고 생각했다.
<【N인터뷰】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