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코미디언 겸 방송인 남희석(53)과 인터뷰는 쉽지 않다. 질문을 던지면 질문으로 답이 돌아온다. 소품 하나도, 세트 하나도, 질문의 예시 하나도 지나치지 않고 궁금한 것들을 되묻는다. 유일한 낙인 '혼술'을 하다가 옆자리 손님들의 삶이 궁금해져 친구가 되는 일도 많단다. 여전히 사람이 궁금하고 세상 사는 이야기가 궁금한 남희석에게 전국 팔도를 다니며 '전국~노래자랑!'을 외치는 요즘은 어떤가. "이게 내 팔자구나 싶다." KBS 1TV '전국노래자랑'을 30년 넘게 진행한 고(故) 송해, 파격적인 섭외로 화제가 된 김신영에 이어 남희석은 지난해 3월 방송부터 10대 MC로 발탁됐다.
부담감과 기대 속에서 출발했지만, 오히려 더 가볍게 더 튀지 않게 시작하고 싶었다는 남희석. 그는 많은 사연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전국노래자랑' 무대, 저마다 다른 풍경의 지역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즐기며 일주일에 두 번씩 무대에 오른다. 2시간이 넘는 녹화를 마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다. 그에게 '전국노래자랑'은 기분 좋은 긴장감을 안기고 있다.
열여덟살 방송계에 입문해 무명 시절 없이 이름을 알렸다. 빠른 속도로 '정상급' 연예인도 됐고 히트작도 여럿이다. 그럴수록 그는 내려놓음과 롱런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했다. 데뷔 초부터 '전국노래자랑' MC를 꿈이라고 밝혔던 이유이기도 하다. 꿈이었던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른 그는 여전히 거창하고 대단한 목표보다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유별난 옷보다 일상복처럼, 특별한 반찬보다 기본이 되는 쌀밥처럼, 그렇게 존재하는 진행자이고 싶다고 했다.
[코미디언을 만나다] 51번째 주인공, 남희석과 마주 앉았다.
<【코미디언을 만나다】 남희석 편①에 이어>
-30여년 전 데뷔 초를 돌아보면 어떤가. 다양한 예능 장르를 거쳐왔다.
▶난 고3 때 '자니윤쇼'에 나가서 유명해졌다. 무명 시절도 없었다. 재능을 믿고 까불었던 시절도 있었다. 노력에 비해서 아이디어도 잘 내고 잘 살았다. 그렇게 소위 말하는 '잘 나갔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도 나는 내려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먼저 그만두는 법, 스스로 나오는 법에 대해서 일찌감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데뷔 후에 '전국노래자랑' MC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고.
▶최승경이 그런 글을 올렸더라. '스물한살에 남희석은 전국노래자랑 MC가 되고 싶다고 했고 나(최승경)는 임채원과 결혼하는 게 꿈이라고 했는데 그걸 이뤘다'고.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었을 것이다. 연예인이라는 일을 오래 이끌어가고 싶은 마음이었으니까. 천성이 연예인이 맞는 것 같다. 난 스타가 돼서 인기를 오래 유지해야 한다는 집착은 없었다. 20대에 내가 속한 직업군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뒀다. 그걸로 엄청 행복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 걸 내려놨을 때 더 편한 느낌이다.
-'전국노래자랑'은 다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변수가 많을 것 같다. 노하우가 있다면.
▶보는 분들을 즐겁게 해드리는 건 우리 직업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앞에 계시는 분만 생각하면 안 되는 거다. 결국 이게 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는 거다. 그리고 해외 동포가 정말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분들, 해외 동포분들도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걸 생각하려고 한다. 신인 때 많이 하는 실수가 방청객만 웃기려고 하다가 어수선해지는 거다. 방송으로 만들어질 때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면서 현장 상황과 방송을 맞추려고 한다. 그래서 용어 사용도 더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분 좋은 긴장감을 느낄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녹화한다. 2시간 넘게 녹화하고 나면 정말 온몸에 땀이 나서 옷이 흠뻑 젖을 정도다. 온갖 변수가 있다. 객석에 출연자 가족이 있는데 반응이 너무 좋으시면 말도 거는데 너무 쏠리면 안 되고 그런 걸 다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전국노래자랑'에 함께 해주는 가수들, 악단, 제작진 모두 대단하다. 트로트 가수분들 정말 대단하시다. 한 소절 시작하면 현장 분위기가 싹 잡힌다. 나의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고(故) 송해의 삶이 담긴 프로그램이며, 최근에는 고 송대관의 마지막 무대가 '전국노래자랑'이었다.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많은 이들의 인생이 담기는 프로그램인데.
▶그런 프로그램을 맡아 영광이다. 저의 인생도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할 일, 안 할 일 잘 구분하고 스트레스받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 싶다. '전국노래자랑'을 한 뒤에 광고도 꽤 들어왔는데 욕심부리지 말자 생각했다. (진행자로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자 싶었다. 오히려 나는 제작진에게 출연자들이 조명되고 나는 편집돼도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