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소변만 하루에 50번 보는 방광 줄어든 女, 이유가..

19세 때 마약 케타민 중독…방광 장애로
장기간 남용하면 부작용 더 심각
환각, 방향 감각 상실, 기억력 감퇴까지

2025.03.12 07:34  

[파이낸셜뉴스] 향정신성의약품인 케타민(Ketamine) 구매에만 매달 170만원을 쓰고 복용량도 늘려간 20대 여성의 근황이 공개됐다. 그는 평균 500ml 크기의 방광이 30ml 로 줄어들었다. 이로인해 화장실도 하루에 50번 넘게 다녀야 한다고 한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햄프셔주 해번트에 사는 페이지 콜린스(25세)는 19세 때 처음 케타민(Ketamine)을 접했다. 친구들과 클럽에서 가볍게 시작했던 것이 점차 빈도가 늘어났다고 한다. 결국 하루 5~10g을 복용하는 중독 상태에 빠졌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에는 매일 사용하기에 이르렀고 복용량도 점점 증가했다. 처음에는 하루 12g이었지만, 2024년 초에는 510g까지 늘어났다.

약물에 빠져 일상생활도 무너져…심각한 '방광 장애'

약물에 빠져 매주 150~250파운드(약 25~42만 원), 매달 1000파운드(약 170만 원)이상을 쓰던 그는 3년 후 심각한 신체 변화를 겪었다. 처음에는 화장실을 자주 가는 정도였지만, 방광 점막이 손상으로 증상이 악화되면서 젤리 같은 물질을 배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하루 50번 이상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외출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상 증상을 처음 느낀 것은 2021년이었다. 케타민 복용 후 발생하는 복부 경련(K 크램프)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당시에는 원인을 명확히 찾지 못했다. 통증이 지속됐던 가운데 2023년 1월 초음파와 방광 내시경 검사를 통해 페이지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페이지의 방광이 정상적인 크기 400~600ml의 5% 수준인 30ml로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다행히 인공 방광을 차야 하는 상황은 피했지만, 방광 크기와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손상됐다는 의료진의 진단이다. 페이지는 현재 방광 내부에 약물을 주입해 염증과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나는 과거에 '파티 걸(Party Girl)'이었다. 지금도 춤추는 걸 좋아하지만, 더이상 약을 하지 않는다. 케타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사용한다. 그 대가는 너무도 크다"고 말했다.

케타민, 해리성 환각 효과로 불법적으로 남용

케타민은 1962년 미국에서 개발된 마취제다. 신경전달을 차단해 일반적인 마취제보다 혈압과 호흡 억제 위험이 적어 다양한 의료 상황에서 사용된다. 주로 전신마취, 통증 조절, 난치성 우울증 치료 등에 사용된다. 미국 FDA에서도 이를 인정해 특정 조건하에 치료제로 승인한 바 있다. 하지만 강력한 해리성 환각 효과로 불법적으로 남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케타민을 장기간 남용하면 부작용은 더 심각해진다. 신경계에서는 환각, 방향 감각 상실, 기억력 감퇴, 인지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심혈관계에는 혈압 상승과 심박수 증가를 유발한다. 고용량 사용 시 호흡 억제가 나타나며, 소화기계에서는 메스꺼움과 구토, 복통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후유증 중 하나는 '케타민 방광증후군(Ketamine Bladder Syndrome, KBS)'이다. 케타민 남용으로 인해 방광이 심각하게 손상되는 질환으로, 방광 용적이 정상적인 400~600ml에서 30~50ml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환자는 하루 50회 이상 화장실을 가야 하며, 극심한 방광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심각한 경우 방광 기능을 완전히 상실해 인공 항문 수술이나 인공 방광이 필요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케타민은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돼 있으며, 의료 목적 외 사용은 불법이다. 불법 유통 및 사용 적발 시 최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