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일성 개XX 해야 보내줌"…폭력 선동글 범벅된 커뮤니티 '우려'

2025.02.10 13:56  
"김일성 개XX 해야 보내줌"…폭력 선동글 범벅된 커뮤니티 '우려'
10일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입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엘레베이터 앞을 막고 있는 모습과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갤러리' 갈무리 2025.2.10/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김일성 개XX 해야 보내줌"…폭력 선동글 범벅된 커뮤니티 '우려'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권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2차 전원위원회에서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일명 '윤 대통령 방어권 보장 안건'으로 불리는 이 안건은 김용원 상임위원이 주도해 발의한 것으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방어권 보장과 불구속 수사를 내용으로 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025.2.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김일성 개XX 해야 보내줌"…폭력 선동글 범벅된 커뮤니티 '우려'
10일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입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엘레베이터 앞을 막고 있다. 2025.2.10/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인권위 입구 막기 근황 ㅋㅋㅋ 엘리베이터 열리자마자 캡틴이 방배로 막음 ㅋㅋ 우리편은 "김일성 개XX" 해야만 들여보내줌
(서울=뉴스1) 신윤하 김민수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의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 안건 심의를 앞두고, 헌법재판소와 국가인권위원회에 난입하자는 선동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잇달아 올라왔다.

이들은 인권위를 점거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 및 헌재 건물 도면과 함께 인권위 내부에 들어왔단 인증 글까지 공유하고 있어 '제2의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갤러리, 국민의힘 갤러리,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 등에선 인권위 건물에 들어갔단 인증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이날 새벽 인권위와 헌법재판소를 점거하기 위한 전략이 담긴 '내일 전략 X펌'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서울 인권위 건물은 인권위만 단독으로 쓰는 게 아니라서 정확히는 층별로 우리가 이 사진처럼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X(옛 트위터) 게시글을 공유했다.

해당 글엔 "인권위는 10~15층을 사용하고 있고 그중에 인권위 전원회의실이 있는 14층이 핵심이 될 것 같다"며 "지금 인권위는 일반인 출입도 가능할 테니 인권위에 자리를 먼저 잡고 꽉 차면 헌재로 가는 게 낫다"고 구체적인 점거 방법이 적혔다.

이날 오전 7시 무렵부터 인권위에 도착했단 인증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전날 공유된 전략 글에 따라 인권위 전원위원회실이 있는 14층과 도서관이 있는 11층에서 대기하고 있단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전날엔 경찰 차벽을 뛰어넘을 사다리와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등을 준비했단 글들이 게시돼 폭력 사태가 벌어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헌재가 지정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 기일 중 마지막 날인 13일을 '초코퍼지 입고일'이라고 칭한 글도 올라왔다. 초코퍼지는 2013년 개봉한 미국영화 '더 퍼지(숙청)'에서 따온 표현으로 보인다.

난입 예고 글에 "안 그래도 없는 손님 더 끊길라"…인권위·헌재 인근 주민들 울상

헌재와 인권위에 대한 난입 예고 글이 올라오면서 인근에서 거주하거나 직장을 다니는 시민들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서부지법 난입과 같은 일이 벌어질까 봐 걱정된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날도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엔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고 정문에선 탄핵을 반대하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빨갱이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헌재 인근 식당에서 일하는 A 씨(20대)는 "10시부터 장사 시작인데 손님이 없다. 폭동 사태가 발생하면 손님이 더 끊길 것"이라며 "서부지법 사태 이후로 경찰청 집회 일정 시간만 되면 발길이 끊기고 손님들도 대부분 이쪽은 피하자는 분위기라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도 "서부지법 사진을 보니까 완전히 다 파괴됐던데, 가게 걱정이 크다"며 "괜히 가게 기물이 파손되면 어떻게 하냐. 누가 보상해 줄 거냐"고 울상을 지었다. 안국역 인근으로 출근 중인 강 모 씨(50대)도 "출근 때문에 자주 다니는 길인데 난동 사태가 벌어지진 않을까 당연히 걱정된다"고 했다.

이날 인권위에선 오전 8시 40분쯤 인권위 건물 14층에 집결해 전원위원회 회의실로 진입을 시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지지자들은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이재명 개XX', '시진핑 개XX' 등을 말해보라며 '사상 검증'을 시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폭력 선동, 서부지법 사태서 예견된 일…'내란 선동' 처벌하려면 세력의 실체 있어야"

전문가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상의 폭력 선동을 주도하는 세력이 실체가 있다면 내란 선동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 선동 글을 쓴 이들이 실제 실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단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1에 "경찰이 방어하기 어려운 정도의 세력을 가지고 실제 난입이 이뤄진다면 내란 선동에 해당이 된다"며 "하지만 단순히 겁주는 것이거나 장난식의 글이라면 내란 선동이나 내란 예비 음모 등의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란 선동죄 혐의가 아니더라도 법 위반 소지는 남아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커뮤니티 상의 선동 글들은 살인 예고와 같은 '묻지마 폭력' 글들과 똑같은 식으로 처벌할 수 있다. 협박죄 등이 적용 가능할 것 같다"며 "만약 실제 난입이 이뤄진다면 건조물 침입죄, 행패를 부리면 상해죄 등이 해당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의 확증 편향이 더욱 과격한 폭력 선동을 부추긴단 분석이 제기된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인권위나 헌재 난입을 예고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건 서부지법 폭력 사태 당시 일정 부분 예견된 것"이라며 "(커뮤니티 상의) 확증 편향이 더 나아가면 세뇌다. 세뇌되면 나머지 가치는 다 필요 없어지고,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면 수단이 폭력이 돼도 상관없어진다"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은 전날 디시인사이드에 헌재 건물 내부 도면과 헌재 주변 지도 등을 공유한 글이 올라왔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