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천시 서구가 "길고양이를 구조해달라"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용역업체 직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오히려 고양이를 죽였기 때문이다.
차에 치인 고양이, 구조 대신 죽인 청소업체
서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모 청소업체 소속 A씨 등 2명에 대한 수사를 인천 서부경찰서에 의뢰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9일 오후 3시께 석남동 도로에서 작업 도구를 이용해 길고양이를 죽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들은 서구로부터 "차에 치인 고양이를 구조해달라"는 신고를 전달받고 현장에 출동, 되레 삽으로 고양이를 죽인 것으로 전해졌다.
KBS가 공개한 영상에는 차량 밑에 숨어있던 고양이가 몸부림을 치면서 재빠르게 인도로 도망가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자 직원들은 삽으로 고양이의 목을 찍어 눌렀고, 이 과정을 보기 힘든 듯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제보자 A씨는 "직원들이 고양이를 처리하던 현장은 사람들도 지나다니던 길가였다"며 "고통스러워해 죽이려는 목적이었다면, 병원으로 데려가 안락사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안타까웠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구청 "이미 많이 다쳐 고통.. 최대한 빨리 숨 끊은 것"
이에 구청은 "용역업체에 확인해 보니 고양이가 이미 크게 다쳐 많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고 한다"며 "병원 도착 전에 죽을 것 같아 최대한 빨리 숨을 끊은 거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기 동물은 민원이 들어오면 담당 과에 인계하거나 동물병원으로 데려가게 돼 있다"며 "특수한 경우라 그렇게 결정한 것 같은데, 사건 경위를 좀 더 파악한 뒤 업체에 주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물보호법 제10조는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게 하거나 길거리와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엄벌 촉구하는 민원 40건 올라와
사건 이후 서구 온라인 민원 창구에는 용역업체 직원 엄벌과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민원 40건이 잇따라 올라왔다.
해당 업체는 서구 자원순환과와 계약을 맺은 청소업체로, 공무원들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대에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역할을 했다.
주로 교통 방해를 유발하는 폐기물이나 도로 낙하물, 야생동물 사체 등을 처리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서구 측은 동물 구조도 과업에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 구조 업무를 청소업체에 전가한 서구의 행정력과 민원 대응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동물 구조에 사체 처리반이 투입된 것도 말이 안 되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기본적인 동물 보호 매뉴얼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며 "용역업체는 물론 관리·감독자인 서구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구는 용역업체를 대상으로 동물 구조·보호 관련 교육을 실시, 민원 대응 체계를 정비해 재발 방지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은 A씨 등의 인적 사항을 파악해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