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나 한강에 뛰어내렸잖아!"
"높은 층에 살았는데 베란다 나가서 밑을 보면서 상상을 많이 했다"
요즘 연예인들이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우울증 투병, 자살 시도 일화를 고백하는 경우가 적잖다.
그룹 H.O.T 출신 토니안은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새롭게하소서CBS'에서 과거 우울증·조울증·대인기피증 진단을 받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가수·사업가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외로웠다는 토니안은 "우울증으로 인해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돈도 귀찮고 먹는 것도 귀찮고 그냥 삶이 귀찮았다. 계속 나쁜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때 내가 높은 층에 살았는데 베란다 나가서 밑을 보면서 상상을 많이 했다"며 "연예인이다 보니 '추하게 죽으면 안된다'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어떻게 하면 멋있게 죽을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흐린 기억 속의 그대'로 19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현진영도 지난 7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무명 시절을 떠올리며 자살 시도 일화를 고백했다.
현진영은 "(무명 때) 천 원도 못 받았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되나' 해 가지고 나 한강에 뛰어내렸다"고 고백했다. 댄서 팝핀현준이 믿기지 않는 듯 "형 진짜 뛰어내렸어요?"라고 묻자 현진영은 "헤엄쳐 나오긴 했다"며 "그런 걸 어떻게 거짓말을 해?"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개그우먼 김영희, 성우 출신 방송인 서유리, 그룹' 신화' 멤버 이민우, 배우 최준용 등 사연 많은 연예인들이 올해 방송과 유튜브에서 자살 시도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서유리는 지난 5월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 이혼 후 홀로 다녀온 제주도 여행을 회상하면서 "차를 몇 번이나 절벽에 몰고 갔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민우는 6월 방송된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에서 믿었던 지인에게 26억윈을 사기 당한 후 유서 쓰고 한강 다리를 갔으나 가족들을 생각하며 나쁜 생각을 이겨냈다고 고백했다.
연예인들의 자살 시도 언급을 두고 "나도 힘든 시간이 있었는데 공감이 된다" "진솔한 이야기 흥미로웠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런 말까지 털어놓을까"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한편에선 "도 넘는 발언을 듣고 있자 하니 상당히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은경 강원대 심리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연예인이 우울증을 겪었으나 극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엔딩으로 영상이 끝난다면 대중에게는 '완벽해 보이는 연예인도 나와 비슷하구나'라는 위로감과 '우울이 극복 가능하고 나중에는 더 힘차게 살아갈 수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에 크게 부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연예인들이 자신의 우울증 상태를 생중계하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자살 시도했던 경험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은 대중에게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람들은 텍스트보다는 이미지에 강하게 지배된다"고 짚으면서 "영상 속 연예인들의 자살 묘사는 그 선정성과 생생함 때문에 그 방법을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20년 권민아는 걸그룹 'AOA' 활동 당시 리더였던 신지민에게 10년 간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소셜미디어에 자해 사진을 올리는 등 대중에게 충격을 안겼다. 오랜 시간 우울증으로 고생한 그녀는 지난달 23일 본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각이 짧았다. 어린 친구들과 팬 분들이 보는데 자살 사진·자해 사진 등 도가 너무 지나쳤다.
정은경 교수는 "어느 정도의 공적 영향력을 가진 연예인들은 자신의 '솔직함'이 누군가에게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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