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삼촌인 한충원 목사가 조카에게 장문의 공개 편지를 썼다.
대전 한 교회 담임목사로 있는 한 목사는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랑하는 조카의 수상을 축하한다"면서도 "솔직히 기쁨에 앞서 충격과 놀라움에 빠졌다. '노벨상 수상으로 형님 집안이 하나님 구원에서 더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조카 작품에 대한 평가로 한국 사회가 두 쪽으로 갈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예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해 "소설은 허구이지만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며 "형부와 처제 관계 및 장면 묘사는 작품 구성상 필수적이고 극히 일부인 내용이라 해도 비판받을 만하다. 절제력과 분별력이 약한 청소년들이 읽어서는 안 된다.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기 두렵다"고 했다.
이어 "패륜이 정당화된다면 근친상간, 수간, 인육 먹는 행위도 미화될 수 있다"며 "그것은 타락의 극치다. 그런 작가는 인류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길 포기한 사람이라고 지탄받을 만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에도 나오는 패륜 관계니까 괜찮을 것이라는 왜곡된 윤리 의식과 성 관념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 모방 범죄도 부추길 수 있다"며 "작품을 다른 방향으로 풀어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했다.
또 한 목사는 한국 현대사를 다룬 한강의 다른 소설 '소년이 온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등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제주 4·3사건과 6·25 한국전쟁은 이념 대립의 비극적 산물이고, 5·18 민주화운동은 독재정권 재탄생에 반대하다 확대된 비극적 사건"이라며 "문학 작가가 비극적 현대사를 다룰 때는 조심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건을 한쪽 관점만으로 평하는 듯한 시각을 작품에서 드러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카의 대표적 작품들은 대부분 그 종결이 비극으로 끝난다. 읽는 내내 어둡고 답답해 책을 덮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조카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허무와 절망을 심어주고, 가끔 분노를 일으키게 하고, 심지어 인생은 살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 목사는 "문학은 어디까지나 문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조카 작품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는 역기능을 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사회의 어두운 면과 인간 본성의 악한 면을 까발려 놓기만 했지, 미래지향적인 대안이 없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내가 지금까지 조카에게 한 말이 조카 마음을 아프게 찌를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며 "목회자의 사명감으로 편지를 공개한다. 형님 집안과 단절돼 조카의 전화번호나 주소를 몰라 불가피하게 공개 편지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