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삶의 희망이 무너졌다..."
9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시각장애인이 자신이 운영하던 안마원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손님 예약이나 결제를 할 때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왔는데, 지자체가 '부정수급'이라며 현금 2억원을 뱉어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열심히 살았는데 범죄자가 됐다'는 유서를 남기고 떠난 것이다.
이날 공개된 안마원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좁은 가게 안, 뒷짐을 진 채 걷고 또 걷는 시각장애 안마사 장성일 씨의 모습이 담겼다.
잠시 뒤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탕비실로 들어간 그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부모와 두 아들을 부양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일터에서 말이다.
유서에는 '삶의 희망이 무너졌다', '열심히 살았는데 범죄자가 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숨지기 3주 전 의정부시로부터 온 경고가 문제였다. 시는 식사와 빨래 등 일상생활을 돕는 활동지원사에게 결제 등 안마원 일을 부탁한 게 '불법'이라고 봤다.
장 씨의 누나는 취재진에 "눈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한테 이 생업을 하면서 입력이라든가 계산 이런 걸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나"라고 억울해 했다.
지난 5년의 인건비 2억원을 환수할 수 있다는 말이 장 씨에게는 큰 압박이었다.
시각장애인 단체 등에 따르면 이런 일 겪는 사람 한둘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시각장애 안마사는 지난 3월 5000만원 환수 경고를 받고부터 혼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움직이다 이마에도 부딪히고 세면대에 부딪히고… 그런 거는 아픈 것도 아니다. 마음이 아픈 게 문제지.."라고 토로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올해 영세 장애인 업주를 돕는 '업무지원인'이 생겼지만 아직은 시범단계로 언제쯤 개선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