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로코퀸'의 파격 변신이 통했다. 배우 박신혜가 사이다 응징으로 흥행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21일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극본 조이수 / 연출 박진표)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 분)가 지옥 같은 현실에서 인간적인 열혈형사 한다온(김재영 분)을 만나 죄인을 처단하며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선악공존 사이다액션 판타지다. 1회가 6.8%, 2회가 9.3%를 기록, 단숨에 시청률 10%대에 가까워졌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첫 방송부터 확실한 판타지 세계관과 사이다 전개로 드라마의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살인 지옥 판사 유스티티아(오나라 분)는 재판 과정에서 실수를 저지른 대가로 지옥 총책임자인 악마 바엘(신성록 분)로부터 벌을 받아 판사 강빛나의 몸으로 들어갔다. 그는 반성하지 않는 죄인 10명을 처단, 1년 내 지옥으로 보내야 하는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유스티티아의 혼이 깃든 강빛나는 첫 번째 지옥 재판에서 교제 폭력 가해자 문정준(장도하 분)을 타깃으로 삼았다. 문정준은 연인 차민정(박정연 분)에게 끔찍한 폭행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았고, 강빛나가 벌금형 300만 원에 자신을 풀어주자마자 차민정을 찾아가 또 다시 폭행한 뒤 부모까지 죽이겠다고 협박을 했다. 공포에 질린 차민정은 결국 스스로 목을 매려다 형사 한다온 덕에 목숨을 건졌다.
강빛나가 문정준의 잘못을 알고도 낮은 형량의 판결을 내려 풀어준 데는 이유가 있었다. 문정준을 직접 처단해 지옥으로 보내려는 것. 강빛나는 문정준을 유인했고, "지금부터 진짜 재판"이라며 문정준이 저질렀던 교제 폭력을 그대로 되갚아줬다. 15분간 강빛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처단 방식을 보여주며 피비린내 나는 처절한 응징으로 문정준을 잔혹하게 지옥으로 보냈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그간 사회적 공분을 샀던 교제 폭력 소재를 끌어와 관용 없는, 무자비한 판결을 보여줬다. 이는 법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큰 시청자들에게 흥미로운 판타지로 다가오기도 한다. 교제 폭력의 심각성에 비해 현실의 가벼운 처벌이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가 크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지만,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률은 여전히 미비하다. 강빛나가 법의 빈틈을 이용해 문정준을 벌금형으로 풀어줄 수 있었다는 점도,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써준 것을 알고도 이를 참작한 과정도 세태를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는 정의 구현이 강빛나의 자비 없는 처단으로 통쾌하게 그려진다는 점에서 대리 만족을 안겼다. 물론 문정준에게 폭행을 그대로 갚아주는 장면에서 지나친 자극이 긴 시간에 걸쳐 표현된 데 대한 선정성을 우려하는 일부 지적도 있다. SBS의 또 다른 인기 드라마인 '모범택시' 역시도 시리즈 초반 사적 복수 대행이란 판타지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평도 많았지만, 시즌3까지 이어질 만큼 시청자들의 지지가 공고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지옥에서 온 판사' 역시도 드라마와 캐릭터에 익숙해질수록 자극에 무뎌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자아냈다.
드라마의 확고한 지향점으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는 가운데, 박신혜의 연기 또한 주목받고 있다. 타이틀롤로서 보여준 찰떡 같은 캐릭터 소화력과 새로운 연기 변신이 초반 흥행에 크게 한몫했다. 그간 박신혜는 '천국의 계단' '미남이시네요' '상속자들' '피노키오' '닥터스' '닥터슬럼프' 등 대표작을 통해 시련이 많은 캐릭터들을 주로 선보였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때로는 악랄하고 냉혹하며 살벌하지만 코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의 악마로 분해 이전과는 사뭇 다른 변신을 보여줬다. 대사의 말맛을 살린, 뻔뻔한 코미디 연기까지 데뷔 20년이 넘은 배우의 내공이 새삼 느껴졌다. 사치를 부린, 화려한 럭셔리 패션도 선보이며 확 달라진 비주얼로 볼거리를 더했다.
극 중 강빛나는 안티히어로다. 개인적인 임무 수행이 목적이지만, 뜻하지 않게 정의 실현을 이루기 시작했다. 견학 온 유치원생들에게 "정의는 죽었다, 정의는 개나 줘라"라고 돌직구를 던져 세상의 부조리를 일찍이 깨우치게 하는가 하면 법원장 나영진(이규회 분)을 외려 쩔쩔매게 하는, 결코 기죽지 않는 면모가 통쾌함을 안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