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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 "다산의 자손 정해인의 정직한 광기, 오히려 좋아"

2024.09.11 16:19  
류승완 감독/CJ ENM


류승완 감독/CJ ENM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베테랑2'의 류승완 감독이 반듯한 정해인을 흐트러뜨리고 싶었다며 그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류승완 감독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베테랑2' 관련 인터뷰에서 정해인에게 계속 "불쾌함을 느끼게 해달라"는 주문을 했다며 "그 해맑음이 불쾌하지 않나, 짜증 나고, 어떻게 저렇게 항상 해맑을 수 있지?"라고 운을 뗐다.

이날 류 감독은 "처음에 정해인과 처음 인사한 게 '시동' 촬영장이었다, 마치 세상 큰 어른 만나듯이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 얘기하더라, 나는 그때 박정민 배우와 단편을 같이 찍은 뒤라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옆에서 한치의 흐트럼 없는 자세로 미소를 지으면서 서 있더라, 어떻게 이렇게 인간이 재수 없을 수 있는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짝다리도 안 짚더라, '뭐지 이 재수 없는 젊은이는?' 이랬었다"며 정해인에 대해 느꼈던 첫인상을 떠올렸다.

이어 류 감독은 "현장에서도 그렇고 그렇게 흐트러짐이 없기가 쉽지 않은데 저렇게 사는 인간은 얼마나 힘들까? 그 안에 스트레스가 분명히 있을 텐데, '베테랑'을 제안하려고 각본 전달 전에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데, 술 한잔을 하면서 이 인간이 흐트러지는 범위가 어디인가 지켜봤다, 막 흐트러뜨리고 싶고 가르마 방향도 반대로 하고 싶고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하지만 정해인은 그 뒤로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류 감독은 "내면의 화가 있을 텐데, 대화해 보면 화가 있다, 자기가 너무 정직하게 살려고 하다 보니 나는 내가 항상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하고 바른길로 가려고 하고 이런 사람들이 자기 실수에 대한 허용의 범위가 좁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대체 인간들이 왜 그런지 모르겠어, 하는 게 있는데 (정해인은)그게 잘 안 드러나더라, 화를 어떻게 다스리느냐고 하니 운동을 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걸 보면서 무섭더라, 그래서 오히려 이 친구를 가지고 이 안에 용광로와 같은 뜨거움이 있는데 싶었다, 고요한 원자로가 무섭지 않나, 이 원자로가 이 인간 안에 있다, 그것을 보여주려면 어떤 '돌아이' 연기도 필요 없다, 목소리도 차분하고 딕션이 정확하다, 그래서 이 다산의 자손이 보여주는 이 정직한 광기가 오히려 되게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앞서 '베테랑'은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 캐릭터가 영화의 신드롬급 인기를 인기를 견인한 바 있다. 류 감독은 "전작의 조태오는 우리가 볼 때는 악행을 저지른 인물로 보이지만 이 친구의 입장에서는 악행이 아니었다, 자기 입장에서 정당하다 생각한 거였다, 악을 저지른다는 생각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반면 박선우는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한 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과정을 담은 액션범죄수사극. 2015년 나온 '베테랑'의 속편이다. 황정민, 정해인이 주연을 맡았다.

한편 '베테랑2'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