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Black Out)'(극본 서주연/ 연출 변영주/ 이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방송이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점점 더 긴장감 넘치는 전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고정우(변요한 분)가 사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독일의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원작으로 해 변요한, 고준, 고보결, 김보라 등이 출연했다.
미스터리한 전개와 더불어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지면서 입소문을 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지난 8월 16일 방송된 1회에서 2.8%(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점차 수치가 상승하며 지난 7일 8회에서는 6.4%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연출한 변영주 감독이 취재진을 만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화차' 후 약 12년 만에 연출자로 돌아온, 또 처음으로 드라마 연출을 맡게 된 변영주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N인터뷰】 ①에 이어>
-원작 독자들도 결말을 알지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계속 보게 하는 장치는 무엇이었나.
▶'화차'도 마찬가지였다. 시작하자마자 '저 여자는 가짜야'라고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무슨 상관이야'라고 결말이 궁금하기보다는 결말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화차' 때와 비교해 주위 환경이 바뀌었다. '화차' 때만 해도 문학 팬은 5만명 정도였다. 그때만 해도 5만 명의 이야기는 퍼지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SNS 시대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그래서 애초에 그건 감안했고, 과정의 재미를 잘 주면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을 공동체가 범인이라는 점은 최근 화두가 됐던 밀양 사건 등 사회적 사건들을 염두에 둔 건가.
▶그렇지는 않다. 물론 그런 다양한 것들, 한국 사회의 어떤 감정들, 또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거기에 그냥 종속되어서 무언가 지푸라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은 되게 많은 걸 염두에 뒀다. 일단 리얼해야 한다는 걸 염두에 뒀다. 사실은 원작을 살리는 것 중 한국 사회에서 어려운 것 중 하나는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살인사건은 10년 형을 받는 게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라서 5년 형이라고 하면 이상하다. 10년 형이라는 무리한 설정이 시작되면 나머지 부분이 리얼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 친구 권일용 교수에게 새벽 2시에도 전화하고 아침 7시에도 전화하고 했다. 많은 부분 그 친구 도움을 받아서 너무 감사했다. 단 한 번도 싫어하지 않더라. 그래서 다음에 준비하는 작품에는 아예 자문으로 뒀다. 더 뻔뻔하게 부탁을 하려고 한다.(웃음)
-원작과 다른 한국 만의 것들을 생각했나.
▶원작은 범인들끼리 연대하는 작품이다. 우리는 마을 전체가 얘를 몰고 있고, 거기에는 집값이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것들이 공동체를 그렇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또 하나는 얘가 범인일 것 같다, 혹은 음모자일 것 같다는 사람들의 관계도 계단으로 만들어서 제일 위에 정치인 그리고 경찰서장, 또 누가 있고 하는 걸 만들었다. 그들 사이에서도 언제든 균열이 일어날 수 있게 만들었다.
-촬영이 끝난 뒤 2년 만에 공개가 됐는데 그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저는 공개되는 자체가 되게 행복했다. 다른 생각이 없었다. 배우들의 멋진 모습에 만족했고, 배우들의 모습을 빨리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게 MBC에서 방영하는 걸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애초에 담배 피우는 장면은 빼야겠구나. 공중파 드라마를 하면서 보건복지부가 사랑하는 '노담'(노 담배) 드라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는 잔인해 보일 수 있는 액션을 어떻게 은유적으로 보일까 생각했다. 어려운 방법을 고민해보자 싶었다. 피우지 않는 담배를 언제까지 물고 연기 시킬 것인가, '다 빼자'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후반의 반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방어벽을 완벽하게 쌓아 올린 사람들 속에서 정우와 상철(고준 분)은 어떻게 실마리를 찾아갈 것인가. 사체가 발견되고 성폭력 정황이 있고, 그 자리에 정우는 없었다는 건 이제 안다. 그럼 누가 성폭력을 했고 어떻게 죽었고 목격자는 누구고 누가 은폐했는가, 또 수사 과정에서 어떤 조작이 들어갔을까를 밝혀내는 게 남았다. 심증은 가는 영실(배종옥 분)과 형식(공정환 분)이라는 부부가 어떻게 들키는지, 결국 다음(한소은 분)의 사체는 어떻게 찾는지, 그리고 수오(이가섭 분)는 뭘 봤는지. 이게 모여져야 미스터리 스릴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