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최근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투숙객 2명이 공기 안전 매트(에어매트)에 몸을 내던졌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소방 당국이 에어매트를 제대로 설치·관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이례적인 경우로 소방 당국에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에어매트와 관련해 어떤 경우에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던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다만 훈련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한 판단이어서 실제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25일 <뉴스1>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합의12부는 지난 2018년 1월 A 씨가 소방서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2억 3000여만 원 상당의 국가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A 씨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2016년 5월 17일 대중 밀집 시설 대형 화재 사고 대비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는 탈출 훈련을 받게 됐다. 해당 훈련은 소방서 주도하에 진행됐고 소방대원들은 지상 1층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A 씨는 두 번째 순서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렸는데 당시 에어매트 안에 공기가 부족했고 그 결과 엉덩이·허리 등 부위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요추 골절, 추간판 탈출 등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사회복무요원 근무 당시 발생한 사고로 국가유공자로 지정됐지만, 소방서가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면서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자체 측은 A 씨의 부상은 개인 부주의에 따른 것이라며 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법원은 각 증거와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한 결과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소방은 낙하 훈련할 때 참가자들이 부상을 입지 않고 안전하게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며 "소방대원들이 주도적으로 계획·실시한 훈련으로 소방대원들은 훈련에 사용되는 에어매트 설치 및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소방이 확인해야 할 것으로 △에어매트가 충분히 부풀어 있었는지 △연달아 탈출이 이뤄질 경우 선행 탈출 직후 매트 공기가 빠지지 않았는지 △후행 탈출에 앞서 공기가 다시 충분히 주입된 상태인지 등을 꼽았다.
이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몸무게가 85~90㎏이었다"며 "약 5m 높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상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설치된 에어매트는 10층 용으로 3m 높이에서 120㎏까지 견딜 수 있는 제품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최초 낙하 탈출할 때부터 에어매트에 공기가 넉넉히 주입돼 있지 않았다"며 "최초 낙하 이후 매트에서 공기가 빠져나갔음에도 다시 공기를 충분히 채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태에서 원고를 뛰어내리게 함으로써 원고가 상해를 입게 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는 국가배상법상 소방대원들 주의의무 위반으로 원고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양쪽 모두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