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해운업계에서도 전기차 선적을 기피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다를 운항하던 중 배에 실린 전기차에서 자칫 화재라도 발생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충전율 50% 이하만 싣는다" 전기차 선적 제한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선사와 선주 대부분은 지난 8일 내려진 해수부 권고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충전율을 50%로 제한해 전기차 선적을 일부 제한하거나 아예 금지하고 있다.
통영항에서 연화도·우도·욕지도를 오가는 차도선을 운항하는 한 선사는 권고 기준에 따라 배터리 충전율을 50%로 제한해 전기차를 선적하는데, 화재로 인한 불안에 주말인 지난 17일과 18일에는 급기야 전기차 선적을 금지했다.
선사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화재로 불안감이 큰 상황이기에 지난 주말에는 아예 선적을 금지했고, 지금은 권고 기준을 따르고 있다"며 "예약해놓고 충전율 등 권고 기준을 고객이 당일에 지키지 않는 경우를 막기 위해 전기차 선적 관련 온라인 예약은 아예 막고 있다"고 말했다.
통영 가오치항과 사량도를 연결하는 차도선 2척을 운영 중인 통영의 한 선사는 전기차 선적 제한을 별도로 두지 않는 대신 전기차를 배 끝자리에 싣도록 했다.
울릉도와 육지를 잇는 여객 선사도 전기차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울릉크루즈는 앞서 7월 22일부터 울릉 사동항과 포항 영일만항 사이를 오가는 울릉크루즈 여객선에 충전율 40% 이하의 전기차만 싣고 있다.
전남 여수항을 운항하는 선사들은 소유자인 운전자가 선박에 동승할 경우에만 전기차를 선적하도록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배터리 충전율은 50% 미만으로 규제했다.
공간 한정돼 진압 시설 갖추기 쉽지 않아…"현실적 대안 마련해야"
해운업계에는 전기차에서 갑작스럽게 불이 났을 경우 이를 진화할 수 있는 적절한 진압 장비를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관련 대책이 절실하다고 토로한다.
부산지역 선사로 구성된 부산항국제여객선협회는 전기차가 나오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안전 문제로 전기차를 싣지 않고 있다.
당초 정부 당국에서는 불이 났을 경우에 대비해 전기차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장비와 진화용 수족관 등을 선박 내 비치하기를 권고했다.
그러나 선박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이 권고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부산지역 한 선사는 "전기차가 불이 났을 경우 배가 침몰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진화가 어렵다고 본다"며 "수차례에 걸쳐 대안을 찾는 회의를 했는데, 사람 생명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0.1%의 위험이라도 있을 경우 전기차를 실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의 충전량을 줄여 선적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타고 오는 전기차의 관리 이력을 알 수 없어 선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1일부터 울릉 사동항과 울진 후포항 사이를 오가는 울릉썬플라워크루즈호의 전기차 선적을 중단하는 에이치해운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에이치해운은 전기차 불이 났을 경우에 대비한 완벽한 진압 장비를 갖출 때까지 전기차를 싣지 않기로 했다.
회사 측은 "전기차 화재 매뉴얼과 소화 설비를 갖추고 있으나 완벽한 진압 장비가 존재하지 않아 승객의 안전과 원활한 운항을 위해 전기차 선적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