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현재 방영 중인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코너 중 하나는 '챗플릭스'다. '챗플릭스'는 오픈 채팅방에 참여한 관객들이 직접 쓴 메시지를 코미디언들이 즉석에서 활용해 웃음을 주는 코너. 관객들의 재치와 코미디언들의 순발력이 시너지를 이루며 예측할 수 없는 생생한 재미를 주는 덕에 올해 2월 론칭한 뒤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유튜브 '개그콘서트'에 올라오는 '챗플릭스' 풀버전은 10~20만 뷰의 조회수를 기록해 그 인기를 가늠하게 한다.
'챗플릭스'에서도 도드라지는 캐릭터를 보여주는 코미디언은 박성광. 해당 코너에서 박성광은 주로 놀림당하고 몰리는 역할을 맡아 큰 웃음을 준다. 이에 채팅창에서도 박성광을 놀리는 게 하나의 '밈'이 될 정도. 박성광 역시 타격감 좋은 리액션을 보여주고, 과거 '개콘'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당시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은 '폼'으로 재미의 한 축을 톡톡히 담당한다. 관객들의 호응은 당연한 결과다.
박성광은 '챗플릭스'를 통해 4년 만에 '개콘'에 복귀하게 됐다. 코미디언이라면 누구나 무대를 갈망하기에 항상 '개콘'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예전만큼 웃길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고. 그때 정태호의 초대로 지난해 '개콘' 크리스마스 특집에 출연했고, 코미디의 재미를 다시 한번 짙게 느낀 그는 복귀를 결심한 뒤 본격적으로 코너를 준비했다. 그렇게 돌아온 게 '챗플릭스'다. 오랜만에 돌아온 만큼 적응의 시간도 필요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코미디를 준비하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그다.
코미디 외에도 박성광은 영화감독이자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크레이지 엉클즈'라는 유튜브 콘텐츠를 시작했고, 본인이 운영 중인 채널 '띵콘'을 통해 여행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 그럼에도 박성광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시기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미디언 후배들에게도 '본인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제작자와 플레이어 모두 욕심내는 박성광, '엔터듀서'로 성장하고 싶다는 그를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마흔여섯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올해 2월부터 '개콘'에 컴백했다. 4년 만에 복귀를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코미디언들은) 다들 무대를 그리워하고 다시 서고 싶어 할 거다. 하지만 '예전만큼 할 수 있을까', '괜히 다시 가서 깎아 먹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복귀는 명분과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가능한데, 가장 큰 계기는 태호 형의 초대로 '개콘' 크리스마스 특집에 출연한 거다.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니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 또 끝나고 회식에 갔는데 코미디언들끼리만 통하는 그런 대화들을 했다. 그게 너무 재밌었다. 이후에도 그때가 계속 생각났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개콘'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고, 범균이에게 말해 새 코너 '챗플릭스'을 같이 기획하게 됐다.
-그전에도 예능인으로, 유튜버로, 영화감독으로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지 않았나.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은데 개그 무대에 복귀하는 게 솔직히 의외였다.
▶코미디를 너무 사랑해서 항상 무대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코미디언은 무대에 있을 때 빛이 나니까. 그래서 '개콘'이 사라졌을 때도 슬펐고, 다시 복귀할 기회가 생겼을 때 컴백하고 싶었다. 김상미 감독님께서도 '성광이가 오니까 큰 힘이 된다, 널 믿는다'면서 자신감을 심어주시니까 더 편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나도 '개콘' 하나만 바라보며 달리던 상황이 아니고, 벌여놓은 일이 많으니까 물리적으로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챗플릭스'는 대본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관객들의 '톡'을 통해 즉석에서 진행되니까 (코너를 소화하는 게) 가능하지 않나 한다.
-과거 '집중토론', '발레리 NO', '용감한 녀석들', '시청률의 제왕' 등을 성공시키며 '개콘'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복귀하면서 더 각오가 남달랐을 듯한데.
▶그걸 의식했으면 복귀하지 못했을 거다. 그냥 '개콘'이 탄탄하게 자리 잡는 데 일조해야겠다, 익숙한 얼굴로 등장해 '개콘'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돌아왔다. 후배들이 성장하는 동안 버팀목이 될 수 있다면 내 몫을 다하는 게 아닐까.
-오랜만에 개그 무대에 돌아오지 않았나. '피가 끓는 감정' 같은 게 느껴지던가.
▶신기하게 그런 감정이 느껴지더라. '개콘' 종영 직전에는 개그를 하며 관객석에서 웃음이 안 터져도 크게 동요되지 않았는데, 오히려 지금은 안 터지면 화가 나고 끝나면 멤버들과 복기도 더 치열하게 한다. 10여년 전에 '개콘'을 할 때는 '완벽주의 끝판왕'이었는데 그 당시 열정이 나오는 것 같다.
-복귀작인 '챗플릭스'에 대한 반응이 좋다. 기획 과정이 궁금하다.
▶원구가 검사를 맡았던 기획을 범균이가 같이 발전시켰다. 여기에 내가 5년 전에 '개콘' 코너 '주간 박성광'에서 선보인 '즉석 빈칸 채우기' 아이디어까지 합쳐 지금의 '챗플릭스'가 됐다. 이 세 명에 동기인 준근이 형, 범균이랑 친한 박성호 형 함께 모이게 된 거다. 나중에 현영이도 합류하면서 지금의 '챗플릭스'가 됐다.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을 텐데 잘 맞았나.
▶처음엔 힘들었다. 라이브로 채팅이 올라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았고, 개인적으로 정극 연기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편이라 걱정되더라.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 어떻게든 맞추게 됐다. 지금은 다들 적응했고 호흡이 잘 맞는 편이다.
-'챗플릭스'의 묘미는 관객들의 실시간 채팅을 발 빠르게 애드리브로 승화하는 것인데, 순발력을 발휘하는 게 쉽진 않겠다.
▶관객들이 채팅을 실시간으로 올리면 제작진이 이 중에 몇 개를 골라주는데, 순간 '정지'돼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 평소에 시뮬레이션을 아무리 돌려도 그 순간만은 얼음이 되더라. 이 코너를 하면서 느끼는 건 요즘 사람들이 너무 센스가 넘친다는 거다. 그래서 즉각적으로 받아치는 개그를 하는 게 쉽진 않다. 그동안 쌓아둔 구력으로 시합에 나가는 느낌이다. 내가 했던 코너 중에 품은 제일 덜 드는데, 난도는 제일 높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채팅이 있다면.
▶내가 무대에 등장하는데 누가 '박성광 못생겼네'라는 채팅을 보냈다. 그런데 그때 내가 대사를 틀려서 다시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재등장하는데 아까 그 채팅을 보낸 분이 '아직도 못생겼네'라 보내고, 그다음엔 '여전히 못생겼네'라는 메시지를 보낸 거다. 그게 너무 웃겨서 기억에 남는다. 또 나를 사우나에서 봤다는 메시지가 왔데 프로필 사진은 여성분이라 당황하기도 하고. 그럴 때는 어찌할 바 모르겠다.(웃음) 이런 위트를 맞닥뜨린 뒤에는 멤버들끼리 치열하게 리뷰한다. 방송에 나가기 민감한 내용의 채팅이 올라올 때는 '그냥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웃기자'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개그를 한다. 물론 방송에는 못 나간다. 그렇게 통편집된 게 다섯 번이나 된다.
-본인의 복귀작을 보고 과거 '개콘'을 함께 했던 동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대부분은 응원을 해줬다. 김민경은 대단하다고 해주고, 이상훈은 코너가 재밌다고 해주더라. 박영진도 다시 개그를 너무 하고 싶다고 말한다.
-'개콘'으로 복귀하며 후배들과도 호흡하게 됐다. 세대 차이, 달라진 문화 같은 게 있다면.
▶처음에는 후배라도 낯설고 개그 스타일이 어떤지 알지 못하니 탐색전이 필요했다. 그런데 함께 일해보니 이 친구들이 열정적이고, 능력이 뛰어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 새로웠던 건 유튜브 콘텐츠를 해서 그런지, 이 친구들이 짠 코너는 현장에서보다 TV를 통해 보면 훨씬 재밌는 경우가 많다. 그게 너무 신기했다. 또 예전에 비하면 엄격한 분위기가 사라져서 다들 편하게 지내고 있다. 나 역시 후배들과 친해져서 새 코너를 준비 중이다.
-'개콘'의 전성기가 다시 올 수 있다고 보나.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앉아 '개콘'을 보던 시절 같은 전성기는 못 올 수도 있다.
-본인에게 '개콘'은 어떤 의미인가.
▶나와 우리 집안을 일으킨 '인생 역전'의 발판. 어렵게 살았는데, '개콘'이 있어 지금의 박성광도 존재할 수 있었다. 평생 은혜를 갚아야 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 박성광 편 ②에 계속>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