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영화계와 관객들 모두 기다렸던 '여름 시즌'이다. 국내 극장가는 올해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이번 여름에도 기대작들은 존재하기에 '희망'은 계속되고 있다. 올 여름 한국 영화 기대작들을 탄생시킨 제작자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10대 청춘들이 모두를 응원하는 영화가 나왔다. 지난 14일 개봉한 '빅토리'는 오직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로, '싱글 인 서울'을 연출한 박범수 감독의 신작이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김원준, 디바, 조성모 등 명곡이 삽입돼 즐거움을 안긴다.
제작자인 이안나 안나푸르나필름 대표는 프로듀서 시절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 등을 선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안나푸르나필름을 설립한 뒤, '타짜-신의 손'(2014)을 시작으로 '레슬러'(2017), '스윙키즈'(2017), '막걸리가 알려줄거야'(2023)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제작해 오며 따뜻한 감성을 전달해 왔다. 특히 '빅토리'는 '써니'처럼 향수를 선사할 작품이기도 하다.
이안나 대표는 최근 뉴스1과 만나 작품은 물론, 올여름 한국 영화 시장에 관해 솔직하게 답했다. 이 대표는 "오랜만에 상업 영화라 또 다른 느낌이고, 한국영화가 어려운 상황이라 책임감도 생긴다"며 말문을 열었다.
-제작자로서 여름에 개봉하는 감회는 어떤가.
▶나도 처음이다. 여름 시장은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텐트폴 영화의 흥행 시점, 시기 등이 다 섞이기 시작했는데, 우리는 좋은 시기에 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처음에 연말 개봉도 생각했는데 배급팀과 상의하면서 여름에 '빅토리'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급팀이 8월이 엄청 좋다고 PPT로 날 설득하는 걸 보고 정말 감동받았다. 고민이 많았지만 그때부터 믿음이 생겼다. 다만 '여름 시장이 다르겠어?' 생각했는데 여름은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빅토리'는 작아 보일 수 있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도 영화적 힘이 있다는 걸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텐트폴 시장에서 이쪽, 저쪽 치일 수 있지만 '빅토리'는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배우나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낮을 수도 있겠지만, 영화가 가진 무해함, 청량함을 믿고 가려고 한다.
-이 대표가 프로듀서를 맡았던 '써니'와 이번 '빅토리'가 비슷하다는 평도 있다. 복고풍에 여성 배우를 중심으로, 고등학생의 청춘을 그려낸다는 요소 등이 그런데, 제작자로서 초기 단계에 염두에 둔 게 있었는지 궁금하다.
▶처음 기획할 땐 '써니'와 같다는 생각은 못 했고, 과거를 다룬다는 게 비슷할 수도 있겠다. 우선 응원하는 영화를 하고 싶었던 건 확실했는데, 자신감이 붙을 수 있었던 건 '써니'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속스캔들' 이후 '써니'를 할 때 영화에 어울리는 캐스팅과 전하고자 하는 정확한 메시지가 있다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그 노하우, 경험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신감이 있었지, 영화가 비슷하다고는 생각 안 한다. 이렇게 ('써니' 때) 캐릭터가 정확하고 명확하면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A급 배우 9명이 포진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촬영까지 가는 데는 힘들었다. 촬영 전에 모여서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캐스팅 전에 투자 조건으로, 캐릭터에게 맞는 캐스팅을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을 오디션 보면서 박범수 감독과 스태프들과 상의하면서 초고가 나왔다.
-'빅토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1999년으로 배경을 바꾼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원안은 1984년 거제도에서 처음 만들어진 여고 치어리딩 팀의 기사였다. 초고에 대한 모니터링 의뢰가 왔는데, 원래는 어두운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 이야기에서 치어리딩 이야기를 가지고 오면서, 음악을 사용하려면 1990년대가 더 좋을 거라 생각했다. 원래 거제 조선소 이야기와 치어리딩 이야기가 5:5였는데, 2:8로 치어리딩 이야기를 늘렸다. 참고로 필선의 모티브인 인물의 성함도 함필선 님이다. 그렇게 내가 각섹을 하려고 이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는데, 박 감독님이 이런 영화를 너무 좋안한다고 (연출을)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각색고가 생각보다 박 감독님 본인 색깔처럼 잘 뽑아 왔다. 박 감독님도 쓰면서 연출 욕심이 났다고 하더라. 그래서 지금 감독님이 하는 게 제일 좋겠다 싶었다. 이 시나리오를 각색하면서 가장 잘 분석하고 잘 끌어낸 게 박 감독님이었다.
-'빅토리'는 여성 배우들 9명을 중심으로 하는 여성서사 영화다. 게다가 1990년대 당시의 K-장녀, 남아선호사상 등을 다뤘는데.
▶각색을 하면서 그 당시 시대 배경을 신경 썼다. 나도 딸 넷인 집이었다. 그 시대를 표현하다 보니까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방향성이 가게 됐다. 당시 공간적 배경이 섬인 만큼, 분위기가 조금 더 심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자연스레 아들에 대한 분위기나, K-장녀와 같은 이야기가 나온 거라 생각한다.
-조선소를 배경으로 한 노동운동 이야기도 짧지 않게 다뤄지는데, 치어리딩 이야기와 어떻게 조절하려고 했나.
▶거제가 조선업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필선의 이야기를 하려면 자연스럽게 부모의 얘기가 나와야 했다. 그러다 보면 친구 얘기도, 주변 인물 얘기도 다 해야만 했다. 그래서 조선소 얘기가 나왔고, 원안에서는 노조 얘기가 더 강했지만, '빅토리'는 누구나 다 응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에 중점을 두고 풀어갔다. 시나리오 때보다 이야기를 더 걷어내려고 했지만, 마지막에 필선과 필선 아버지의 이야기가 주는 힘이 정확하게 있다고 봤다. 딸도, 아버지도 서로를 응원하려면 아버지 서사가 없으면 누가 공감하겠나. 그래서 최대한 덜어내되, 아버지한테 공감할 수 있도록 이 서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필선이가 운동장에서 아버지한테 '세상이 어렵나'라고 묻는 신에서 감정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빠질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혜리를 필선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혜리의 대표작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을 떠올리진 않았나.
▶처음에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당시에 예능 '놀라운 토요일'의 에너지가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덕선 캐릭터도 크지만, 예능에서 보여준 에너지, 춤을 추는 모습, 리더십 있는 모습이 있어서 거기서 필선의 캐릭터를 가져온 거였다. 혜리한테도 '덕선'이 큰 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필선 자체도 워낙 좋으니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봐달라. 특히 혜리는 포텐이 더 큰 배우라 생각하고, 다른 배역일 땐 다른 모습을 잘 보여준 친구라 생각한다.
-밀레니엄 걸즈에서 혜리, 박세완을 제외하고 신인으로 구성됐다. 오디션 과정이 힘들었을 텐데.
▶혜리, 박세완은 정해져 있었고, 그 이외 배역은 무조건 오디션으로 뽑았다. 배역별로 1, 2차 오디션을 진행하고 1~5등 순위를 정해서 분류해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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